Storyline

"운명의 굴레, 혹은 구원: 하명중 감독의 <엑스>"

1983년, 한국 영화계에 한 편의 깊은 여운을 남긴 드라마 <엑스>가 관객들을 찾아왔습니다. 배우로서 입지를 다져온 하명중 감독의 첫 연출작으로,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연출력을 선보이며 대종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조해일 작가의 동명 신문연재소설을 원작으로 한 <엑스>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처절한 고뇌와 사랑을 담아내며, 단순한 비극을 넘어선 깊은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입니다. 당시의 사회적 현실과 인간 본연의 욕망, 그리고 구원에 대한 질문을 동시에 던지는 이 영화는 4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들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영화는 간밤의 해괴한 꿈에 시달리던 수옥(이미숙 분)이 우연히 수영장에서 동식(하재영 분)을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고아 출신으로 어렵게 대학 강사가 되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결국 남창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동식은 첫 만남부터 수옥에게서 자신과 같은 동질감을 느낍니다. 한편, 수옥 역시 미군을 상대하는 여인, 이른바 '양공주'였던 어머니 밑에서 자라 명문대까지 졸업했지만, 애인 덕기에게 자신의 배경이 알려지며 버림받는 아픔을 겪습니다. 깊은 실연의 상처 속에서 자신을 학대하듯 방황하던 수옥은 동식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동거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들이 어렵게 정상적인 삶을 갈구하려 할 때, 과거의 그림자가 다시 찾아와 두 사람을 위협합니다. 궁지에 몰린 수옥과 동식은 모든 것을 뒤로한 채 푸른 바다로 향하고, 미지의 낙원을 찾아 헤엄쳐 가는 그들의 모습은 관객에게 깊은 사색을 안겨줍니다.

<엑스>는 단순히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넘어, 전쟁 후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그 속에서 발버둥 치는 인간의 나약함,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과 사랑을 갈구하는 강인함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특히 당시 신인이었던 이미숙 배우는 수옥의 복잡하고 심리적인 내면을 탁월하게 표현해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하명중 감독은 원작 소설이 제시했던 비극적 결말을 넘어, 'X'를 절망이 아닌 '구원'의 상징으로 재해석하여 희망의 여지를 남기려 했습니다. 1980년대 한국 사회의 쓸쓸한 초상화를 대담하고도 감성적인 시선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시대의 아픔을 관통하는 통찰력과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엑스'를 안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영화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며 오래도록 기억될 명작으로 남을 것입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드라마

개봉일 (Release)

1983-10-22

배우 (Cast)
러닝타임

104분

연령등급

연소자불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합동영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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