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1989
Storyline
번뇌의 숲을 거닐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영원한 질문을 마주하다
1989년, 한국 영화계에 조용하지만 강렬한 파문을 일으키며 혜성처럼 등장한 작품이 있습니다.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은 개봉 당시 한국 영화로는 전례 없는 예술적 성취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국내를 넘어 제42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고, 같은 해 제42회 로카르노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표범상을 거머쥐며 한국 독립 영화의 효시이자 걸작으로 그 위상을 확고히 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여전히 우리에게 삶과 죽음, 그리고 존재의 본질에 대한 심오한 화두를 던지며 깊은 울림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깊은 산속, 고요한 산사에 세 명의 인물이 운명처럼 조우합니다. 속세의 번뇌를 완전히 끊어내지 못한 젊은 스님 기봉(신원섭)은 견성성불의 길을 찾아 노승 혜곡(이판용)을 찾아옵니다. 세간의 정, 특히 홀로 남겨진 눈먼 어머니에 대한 애착은 그를 끊임없이 고뇌하게 만들고, 대자유를 향한 수행 속에서도 인간적인 갈등은 그림자처럼 따라붙습니다. 한편, 산사에서 자라난 어린 동자승 해진(황해진)은 우연히 새를 죽이게 되면서 삶과 죽음이라는 근원적인 이원성에 직면하게 됩니다. 노승 혜곡은 이 모든 것을 지혜로운 눈으로 관조하며 삶의 마지막 여정을 준비하고, 그의 존재는 두 스님에게 무언의 가르침이자 깨달음의 이정표가 됩니다. 영화는 이 세 인물의 시선을 통해 생과 사, 번뇌와 해탈이라는 거대한 질문들을 아름다운 영상미 속에 펼쳐 놓습니다.
배용균 감독은 무려 4년에 걸쳐 이 영화의 연출, 각본, 촬영, 미술, 편집 등 모든 과정을 홀로 감당해내며 한 폭의 그림 같은 미장센을 완성했습니다. 서양화를 전공한 그의 배경은 한국의 수려한 자연 풍광을 단순히 배경으로 담아내는 것을 넘어, 한 장면 한 장면이 선적인 아름다움과 상징으로 가득 찬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영화의 흐름은 마치 화두(話頭)를 참구하듯 관객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사유의 시간을 제공합니다. 최근에는 감독 본인의 섬세한 기술 자문을 통해 디지털 복원 작업이 이루어져, 감독이 의도했던 색감과 빛의 미학이 더욱 선명하게 되살아났습니다. 이는 단순한 재개봉을 넘어, 이 걸작이 가진 본래의 깊이와 감동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번잡한 세상을 잠시 잊고, 고요한 산사의 세 스님과 함께 당신 내면의 깊은 곳을 들여다볼 준비가 되었다면,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은 분명 잊을 수 없는 명상적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영화를 보는 행위를 넘어, 스스로에게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존재론적 여정이 될 것입니다.
Details
러닝타임
175분
연령등급
연소자관람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배용균프로덕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