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으로 가는 길 1990
Storyline
인간 존엄의 마지막 여정, '청송으로 가는 길'
1990년 개봉한 이두용 감독의 영화 '청송으로 가는 길'은 단순한 범죄 드라마를 넘어선,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두운 단면과 인간 존엄성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수작입니다. '걸레스님'으로 잘 알려진 중광 스님이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았으며, 그의 열연은 영화에 잊을 수 없는 존재감을 불어넣었습니다. 한국 영화사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이두용 감독은 1980년대 한국 영화의 세계화를 이끌었던 인물이자, 2024년 1월 별세 전까지도 깊이 있는 작품 세계를 구축한 감독입니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제10회 영화평론가상 작품상, 감독상, 제26회 백상예술대상 감독상을 모두 석권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지금까지도 네이버 평점 9.70대라는 높은 평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6.25 전쟁에 참전했던 오스트레일리아 비행기를 뜻하는 '호주끼'라는 별명을 가진 노인 이형철의 기구한 삶을 그립니다. 그는 본성은 착하지만, 끼니를 때우기 위한 단순한 절도로 무려 전과 38범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가진 인물입니다. 출소하자마자 며칠 만에 다시 염소 한 마리를 훔친 죄로 재판을 받게 된 호주끼는, 재판 절차도 없이 동종 전과 3회 이상 재범이라는 이유로 보호감호 10년이라는 터무니없는 구형을 받게 됩니다. 12년 후면 72세가 되는 고령에 만성 축농증까지 앓고 있는 그는 자신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허탈감에 빠집니다. 그의 최종 목적지는 바로 그 이름만으로도 죄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청송보호감호소'였습니다. 하지만 청송으로 가는 길목, 군산교도소로 이감된 호주끼에게 뜻밖의 인물이 나타납니다. 과거 의정부 교도소장 시절, 실수로 탈출범으로 오인되었지만 제 발로 돌아왔던 호주끼를 기억하는 군산 교도소장이 그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민 것입니다. 소장은 병든 호주끼를 정성껏 치료해주고, 심지어 그의 환갑잔치까지 직접 챙겨주며 인간적인 연대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청송보호감호소에 대한 두려움과 무거운 현실은 호주끼를 옥죄고, 그는 결국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청송으로 가지 못한 채, 군산교도소에서 이 세상과의 마지막 작별을 고합니다. 그가 남긴 것은 한 통의 두루마리 휴지뿐이었습니다.
'청송으로 가는 길'은 법의 부조리한 현실과 사회의 따뜻한 시선에서 소외된 이들의 삶을 묵직하게 조명하는 작품입니다. 특히 '청송보호감호소'는 1980년대 제정된 사회보호법에 따라 상습 범죄자들을 형기 만료 후에도 추가로 구금할 수 있도록 했던 시설로, 이중 처벌과 인권 침해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실존 기관입니다. 영화는 이러한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단순 절도로 점철된 삶을 살다 결국 비극적 최후를 맞이하는 한 노인의 이야기를 통해 법과 정의, 그리고 인간애의 의미를 되묻습니다. 중광 스님이 연기한 '호주끼'는 돈 없고 힘없는 자가 겪어야 했던 시대의 비극을 상징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함께 씁쓸한 여운을 남깁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소외된 이들과 그들을 둘러싼 시스템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1990년이라는 시대를 넘어 오늘날까지도 유효한 메시지를 던지는 '청송으로 가는 길'은 깊이 있는 드라마와 사회적 통찰을 선호하는 관객들에게 반드시 봐야 할 한국 영화사의 명작으로 강력히 추천합니다. 한 인간의 마지막 여정을 통해 진정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어떤 사회를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 영화는 오래도록 당신의 가슴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드라마
개봉일 (Release)
1990-05-05
배우 (Cast)
러닝타임
100분
연령등급
고등학생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두성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