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명주공 2022
Storyline
사라지는 풍경에 바치는 한 폭의 시: 봉명주공
대한민국의 도시 풍경을 이야기할 때 '아파트'를 빼놓을 수 있을까요? 획일적인 주거 공간으로 인식되곤 하지만, 그 안에는 저마다의 역사와 삶의 흔적이 깊이 배어 있습니다. 김기성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봉명주공>은 바로 그 질문의 한가운데를 파고듭니다.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하나의 공동체이자 기억의 보관소였던 청주 봉명주공아파트의 마지막을 섬세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아낸 이 영화는, 우리에게 사라져 가는 것들의 가치와 남겨지는 이들의 이야기를 묻는 한 편의 아름다운 시와 같습니다. 제18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심사단상을 거머쥐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 영화는, 도시의 변화 속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소중한 가치들을 다시금 일깨웁니다.
1980년대에 지어져 청주의 1세대 아파트 역사를 함께한 봉명주공은 여느 아파트와는 다른 특별한 풍경을 자랑했습니다. 1층과 2층의 저층 연립주택이 주를 이루고 동 간의 간격이 넓어 이웃 간의 소통이 자연스레 피어나는, 아파트 단지라기보다는 작은 마을에 가까운 모습이었죠. 철마다 색을 달리하는 나무들, 골목을 지키는 길고양이들, 그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진 이곳은 오랜 세월 많은 이들의 삶의 터전이자 추억이 깃든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긴 기다림 끝에 2019년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봉명주공은 이제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합니다.
영화는 재건축이 무산되기를 바라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던 주민들이 하나둘 이주를 시작하고, 그들이 정성껏 가꾸던 텃밭의 채소와 나무들이 잘려 나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응시합니다. 평생 자식처럼 키운 감나무의 가지가 꺾여 나갈 때 아파하는 주민의 모습처럼, 카메라는 그들의 애써 담담한 표정 이면에 숨겨진 상실감을 조용히 포착합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그곳을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봉명주공을 찾아와 잊혀질 풍경을 기록하고, 사라질 식물들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주는 모습은 우리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봉명주공>은 단순한 재개발 다큐멘터리를 넘어섭니다. 김기성 감독은 고향 청주로 돌아와 주거 형태의 획일성에 깊은 인상을 받은 후, 봉명주공에서 사라져 가는 공동체적 삶의 가치와 자연 친화적인 풍경에 주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영화는 재개발을 둘러싼 첨예한 이해관계를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그 과정에서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것들의 소중함을 생태학적 시선과 인문학적 성찰로 담아냅니다. 뿌리 뽑히는 나무들과 이주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병치하며 '주거'와 '이주'의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하고, 오랜 삶의 터전을 떠나는 이들의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특히, 라이프 가드닝 모임 '모두의 정원'이 아파트 식물의 이주를 고민하고, 사진작가들이 봉명주공의 구석구석을 기록하는 모습은 파괴와 상실의 서사 속에서 새로운 생명력과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하게 합니다.
<봉명주공>은 재건축이라는 거대한 도시 변화의 물결 속에서 개인이 겪는 상실감과 공동체의 의미를 되묻는 수작입니다. 한 아파트의 마지막을 통해 우리 시대의 주거와 삶의 방식을 성찰하게 만드는 이 다큐멘터리는, 차분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로 관객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빠르게 변해가는 도시 속에서 '우리가 남기고 가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당신에게, <봉명주공>은 깊은 울림을 선사할 것입니다.
Details
배우 (Cast)
홍덕은
지은숙
지명환
김남용
어중수
이동주
최옥년
이은길
이송이
이돈희
강은순
김경희
강범원
러닝타임
83분
연령등급
전체관람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케플러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