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훈의 피.엔.오 2023
Storyline
피아노, 해체와 재구성 너머 새로운 사운드의 연대기: 김재훈의 P.N.O
영화 전문 매거진의 지면에서 '공연' 장르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재훈 감독 겸 배우의 <김재훈의 피.엔.오(Prepared New Objects)>는 단순한 음악 공연을 넘어, 우리 시대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기념비적인 '경험'이기에 기꺼이 지면을 할애합니다. 2023년 초연 당시 '2022 창작산실 올해의신작'으로 선정되어 뜨거운 호평을 받았으며, 2024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도 초청되며 그 예술적 가치를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 피아노라는 익숙한 악기를 전방위적으로 탐구하며 우리가 잊고 있던 미학적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경계를 허무는 실험정신과 깊이 있는 사유로 관객의 심장을 관통할 것입니다.
음악가 김재훈은 자신의 작업을 통해 우리가 한때 중산층의 상징이자 꿈이었던 피아노가 오늘날 '찬밥 신세'가 되어 중고 시장에서 헐값에 거래되거나 심지어 버려지는 현실을 목도하며 질문을 던집니다. 피아노는 단지 소리를 내는 악기가 아닌, 인간의 역사와 사회, 문화적 맥락 속에 깊이 뿌리내린 존재입니다. 이 작품은 바로 그 피아노를 향한 사회학적 시선과 깊은 고찰에서 출발합니다. <김재훈의 피.엔.오>는 우리에게 친숙한 피아노를 물리적으로, 그리고 관념적으로 해체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선보입니다. 건반이 내려가는 순간 시작되는 피아노 액션의 '연쇄작용'을 섬세하게 살피고 해체하며, 그 해체된 철과 나무, 현 등의 재료들이 'P.N.O(Prepared New Objects)'라는 새로운 악기로 재구성되는 과정을 무대 위에 펼쳐냅니다. 이는 단순히 악기를 부수고 만드는 행위를 넘어, 피아노를 둘러싼 복합적인 관계망과 그 의미를 새롭게 재정의하려는 예술가의 치열한 여정입니다. “그 많던 피아노는 어디 갔을까”라는 감독의 질문은 “이토록 완전해 보이는 피아노의 다음은 무엇일까? 피아노를 연주하는 인간의 다음은 무엇일까?”라는 근원적인 물음으로 확장됩니다.
이 실험적인 퍼포먼스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을 지녔습니다. 김재훈 감독은 악기 제작, 작곡, 편곡, 출연, 연출까지 일인다역을 소화하며, 피아노에 대한 그의 광적인 애정, 즉 '피친놈(피아노에 미친 사람)' 면모를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단순히 한 예술가의 피아노 사랑을 넘어, 버려진 피아노들을 "임보(임시 보호)"까지 할 정도로 피아노 그 자체를 깊이 애정하는 그의 진정성이 이 작품 전반에 걸쳐 흐릅니다. <김재훈의 피.엔.오>는 관객에게 예술적 충격과 더불어 깊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기존 피아노의 해체와 P.N.O의 재구성을 통해 “가장 오래된 미래라는 역설적 시간의 장을 열고, 새로운 소나타를 써 내려간다”는 작품 소개는 관객들이 경험할 지적, 감각적 유희를 암시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피아노가 겪는 '존재론적 위기'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담은 동시에, 새로운 악기를 통해 예측 불가능한 사운드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이 작품은 음악, 철학, 그리고 시각 예술이 한데 어우러진 다원 예술의 정수입니다. 피아노와 우리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예술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김재훈의 피.엔.오>는 당신의 관습적 사고를 뒤흔들고 새로운 감각의 지평을 열어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이 작품은 또한 김재훈 감독이 피아노의 역사와 새로운 악기 제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귀신통>을 연출하고, 관련 에세이집 『피아노에 관한 생각』을 집필하는 등 피아노를 향한 그의 거대한 예술적 여정의 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단언컨대, <김재훈의 피.엔.오>는 2023년 가장 흥미로운 예술적 실험이자, 2024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던 시대를 앞서가는 예술가의 날카로운 통찰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Details
배우 (Cast)
김재훈
러닝타임
90분
연령등급
전체관람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요 스탭 (Sta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