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2025
Storyline
고통 속에 피어나는 시, 영원히 아플 <봄밤>
강미자 감독이 2008년 <푸른 강은 흘러라>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지 17년 만에, 두 번째 장편 영화 <봄밤>으로 돌아왔습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이며 평단의 주목을 받은 이 작품은, 권여선 작가의 단편소설집 『안녕 주정뱅이』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을 원작으로 합니다. 그러나 영화는 단순한 소설의 시각화가 아닌, ‘시(詩)’로 완성되었다는 평을 들으며 그 독자적인 예술성을 증명합니다. 한예리와 김설진 배우의 깊이 있는 연기가 스크린을 가득 채우며, 관객을 고통스러우면서도 숭고한 사랑의 심연으로 이끌 것입니다.
영화 <봄밤>은 삶의 가장 처참한 순간에 만난 두 남녀, 영경과 수환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중증 알코올 중독으로 삶의 벼랑 끝에 선 영경(한예리 분)과, 심각한 류머티즘을 앓으며 생명의 쇠락을 경험하는 수환(김설진 분)은 친구의 결혼식 뒤풀이에서 우연히 조우합니다. 모든 것을 잃고 폐허 위에 서 있는 그들은 서로의 결점을 탓하거나 고치려 들지 않습니다. 대신, 서로의 몰락을 묵묵히 지켜보고 함께 고통을 앓아갑니다. 영화는 서사적 맥락과 설명을 과감히 생략한 채, 오직 두 사람의 몸짓과 침묵에 집중합니다. 술에 취한 영경을 무심하게 업고 가는 수환의 느리고 무거운 발걸음, 그리고 그 등에 온몸을 기댄 영경의 모습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반복됩니다. 이러한 투박하면서도 강력한 쇼트들은 시적 운율처럼 이어지며, 두 사람의 '처참한 사랑'을 가장 날것의 형태로 관객에게 전달합니다. 원작 소설의 12년이라는 시간을 영화는 무한히 확장된 듯한 고인 시간으로 탈바꿈시켜, 그들의 아픔과 애틋함을 이루 말할 수 없게 만듭니다.
<봄밤>은 단순히 불행한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를 넘어, 깊이 고여 있는 인간 내면의 아픔을 탐색하는 강렬한 예술 경험입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인물들이 서로에게 기대어 무너져 가는 과정은 짙은 슬픔과 동시에 경이로운 감동을 선사합니다. 강미자 감독은 "상처를 안고 폐허를 사는 사람들을 기록해 예술이 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등 우리 사회의 깊은 상처를 지닌 이들과도 연결 지어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한예리 배우와 김설진 배우의 꾸밈없는 육체와 절제된 연기는 인물들의 감정 깊이를 더하며, 김설진 배우의 움직임은 무용수의 춤사위처럼 표현되어 영화의 시적 미학을 극대화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은 주인공들의 지독한 통각을 온몸으로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그 고통과 여운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마치 시가 차오르듯 깊은 울림에 잠기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 또한 몽우리 진 목련 나무 아래에서 그들처럼 소리 없이 울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봄밤>은 스크린이 줄 수 있는 아픔의 몽타주를 발굴해낸 작품으로, 감각적이고 압도적인 영화적 경험을 찾는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봄밤'을 선사할 것입니다.
Details
러닝타임
67분
연령등급
15세이상관람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월원영화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