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를 불태워 2025
Storyline
불멸의 욕망, 파도에 스며들다: '너는 나를 불태워'
영화 전문 매거진의 수석 에디터로서, 우리는 때때로 익숙한 서사의 경계를 넘어선 작품과 마주하게 됩니다. 마티아스 피녜이로 감독의 신작 <너는 나를 불태워>는 바로 그러한 경험을 선사하는, 지극히 독창적이고 매혹적인 영화입니다. 고전 문학을 현대 영화 언어로 재해석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여온 피녜이로 감독은 셰익스피어의 세계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이탈리아 작가 체사레 파베세의 심오한 텍스트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2024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인카운터스 섹션과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일찍이 평단의 주목을 받은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사랑과 죽음, 그리고 욕망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성찰의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너는 나를 불태워>는 체사레 파베세의 걸작 『레우코와의 대화』 중 한 장인 '바다 거품'을 각색한 드라마입니다.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의 비극적인 시인 사포와 님프 브리토마르티스의 조우에서 시작됩니다. 사랑의 고통에 몸을 던진 사포, 자신을 쫓는 남자에게서 벗어나다 바다에 이르게 된 브리토마르티스. 두 여인은 바다 위에서 사랑과 죽음의 경계, 그리고 인간의 욕망이 지닌 달콤씁쓸한 본질에 대해 대화를 나눕니다. 그러나 피녜이로 감독은 이 대화를 단순히 스크린에 옮기는 것을 넘어섭니다. 영화는 원작의 문장을 읽어 내려가는 내레이션과 함께 사포의 파편적인 시, 그리고 다양한 각주들을 직조하며 고전 텍스트가 지닌 의미의 층위를 탐구합니다. 때로는 현대적인 소통 방식인 '왓츠앱' 메시지가 등장하는 등, 고대와 현대를 넘나드는 대담한 연출은 문학과 영화, 그리고 시간을 초월한 감정들이 어떻게 서로에게 스며들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16mm 필름으로 포착된 아름다운 이미지와 나지막이 울려 퍼지는 어쿠스틱 기타 선율은 마치 한 편의 시각적인 시(visual poem)처럼 관객을 몽환적인 분위기로 이끌며, 욕망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깊이 있는 사유로 확장시킵니다.
마티아스 피녜이로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서사를 단순히 전달하기보다, 관객이 텍스트를 '읽는' 경험 자체를 시각적으로 구현합니다. 사포와 브리토마르티스의 이야기는 비단 과거의 신화에 그치지 않고, 우리 내면의 사랑, 상실, 그리고 필연적인 죽음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너는 나를 불태워>는 난해할 수도 있지만, 지적으로 자극적이고 시각적으로 인상적인 실험 영화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이는 익숙한 영화적 문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네마를 경험하고 싶은 관객, 문학적 깊이와 철학적 사유를 스크린에서 만나고 싶은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영화가 선사하는 유니크한 분위기와 메시지에 기꺼이 몰입할 준비가 된 관객이라면, 마티아스 피녜이로 감독이 펼쳐놓은 불멸의 욕망에 대한 탐미적인 여정 속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감동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Details
배우 (Cast)
러닝타임
64분
연령등급
-
제작국가
아르헨티나
제작/배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