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절망의 도시에서 피어난 순결, 그리고 저항의 기록: '도시로 간 처녀'

1981년, 격동의 시대 속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가감 없이 담아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던 김수용 감독의 수작, '도시로 간 처녀'는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선다. 문예영화의 거장이라 불리는 김수용 감독과 60년대 문단의 혜성 같은 존재였던 김승옥 작가의 각본이 만나 탄생한 이 영화는, 당시 서울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고된 삶을 살아가던 버스 안내양들의 처절한 현실을 스크린 위로 생생하게 불러낸다.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와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져, 개봉 4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여전히 뜨거운 사회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는 지방에서 상경하여 버스 안내양이 된 세 명의 처녀, 문희(유지인), 영옥(이영옥), 성애(금보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중 주인공 이문희는 누구보다 정직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버스 안내양이라는 직업에 임한다. 입금 실적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는 회사 측의 모욕적인 몸수색과, 고된 노동 환경 속에서 동료들이 겪는 부당함을 목격하며 깊은 슬픔에 잠긴다. 문희는 어려운 처지의 동료들을 사랑으로 감싸 안고, 차내 행상을 하는 광석(홍성민)을 선원으로 이끌며 내일을 기약한다. 하지만 회사의 압박과 남성 감시인 앞에서 치러지는 수치스러운 몸수색은 문희의 순결한 영혼을 갉아먹는다. 결국 그녀는 절망 끝에 회사 측에 항의하다 옥상에서 투신하여 심한 부상을 입고 사랑하는 광석의 품에 쓰러진다. 한편, 동료 안내양인 영옥은 '삥땅'을 저항의 방식으로 삼아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유희를 잃지 않으려 하고, 적극적으로 사랑을 쟁취하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다. 또 다른 안내양인 성애는 가족의 생계를 짊어진 채 노동 시장에 뛰어들지만, 계급 격차로 인한 사랑의 실패와 정신적인 상처로 인해 결국 노동 현장에서 퇴장하게 된다. 이 세 인물의 각기 다른 선택과 운명은 당시 여성 노동자들이 마주했던 현실의 다층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도시로 간 처녀'는 단순히 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1980년대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여성 노동 착취와 인권 유린의 실상을 고발하는 사회 고발 영화의 시초로 평가받는다. 특히, 영화의 각본을 맡은 김승옥 작가가 실제 버스 안내양들을 직접 취재하여 시나리오를 완성했다는 점은 이 영화가 가진 리얼리티를 더욱 강화한다. 당시 군사정권 시대의 검열과 사회적 압력 속에서도 이처럼 부조리한 현실을 과감하게 다룬 김수용 감독의 용기와 연출력은 오늘날까지도 높이 평가된다. 유지인, 이영옥, 금보라 등 당대 최고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는 인물들의 내면적 갈등과 시대적 아픔을 오롯이 전달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불가능해 보이는 노동 현실 속에서 순수함을 지키려 했던 한 여인의 절규는, 비단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진정한 인간 존엄성과 노동의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격동의 한국 근대사를 이해하고, 시대의 아픔 속에서도 피어난 인간애와 저항 정신을 느끼고 싶다면, '도시로 간 처녀'는 당신이 반드시 경험해야 할 명작이 될 것이다.

Details

감독 (Director)

김수용

장르 (Genre)

드라마

개봉일 (Release)

1981-12-03

러닝타임

105분

연령등급

중학생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태창엔터테인먼트(주)

주요 스탭 (Staff)

김승옥 (각본) 임원식 (제작자) 정준교 (기획) 전조명 (촬영) 손달호 (조명) 이도원 (편집) 강근식 (음악) 우종삼 (소품) 이영길 (동시녹음) 이재웅 (사운드(음향)) 최경상 (사운드(음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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