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역사의 비극을 비추는 거울: 20년의 침묵을 깬 '잘돼갑니다'

1968년, 한 시대를 관통하며 격동의 한국사를 스크린에 담아낸 영화 한 편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빛을 보기도 전에 엄혹한 시대의 칼날에 갇혀버린 비운의 작품, 바로 조긍하 감독의 '잘돼갑니다'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이승만 대통령 집권 말기의 정치적 혼돈과 3.15 부정선거, 그리고 4.19 혁명이라는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를 정면으로 응시한 첫 번째 정치 풍자 영화로 평가받습니다.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총출동한 이 작품은 개봉을 하루 앞두고 상영 금지 조치를 당하고 필름이 압수되는 등 혹독한 검열의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20년이라는 긴 침묵 끝에 1988년에야 비로소 관객과 만날 수 있었던 '잘돼갑니다'는, 그 제목과는 달리 한국 영화사에 '비운의 영화'로 기록되며 제작자와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극적인 배경 속에서도 이 영화가 지닌 역사적 의미와 예술적 용기는 퇴색되지 않았습니다.

영화는 경무대만 한번 들어가도 출세의 길이 열리던 이승만 정권 말기를 배경으로, 80이 넘은 고령의 이승만 대통령이 다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시작됩니다. 부통령 자리를 노리는 이기붕은 최 장관을 내무장관에 앉히며 선거 승리를 위한 모략을 꾸미고, 이에 맞서 민주당의 조병옥 대표가 출사표를 던지며 공명선거를 호소합니다. 그러나 선거를 코앞에 두고 조병옥 대표에게 찾아온 불행은 정치적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립니다. 모두가 아는 비극적 결말을 향해 치닫는 정국은 결국 분노한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거대한 역사적 흐름을 마주하게 됩니다. 권력의 비정함과 인간 군상의 욕망이 얽히고설켜 빚어내는 파국은 당시 한국 사회가 겪었던 격렬한 변화의 소용돌이를 고스란히 담아냅니다. 영화의 제목 '잘돼갑니다'는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참모들의 아첨을 비꼬는 풍자로, 당시 경무대의 소통 부재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잘돼갑니다'는 단순한 오락 영화를 넘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에서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고, 그 권력이 어떤 비극을 낳을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증언합니다. 특히 최용한 배우가 공개 오디션을 통해 이승만 역을 맡아 72세의 나이로 연기 데뷔를 했다는 점은 영화의 또 다른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또한 김지미, 장민호, 박노식 등 당시 최고 스타들의 열연은 격동의 시대를 살아낸 인물들의 고뇌와 갈등을 설득력 있게 전달합니다. 이 영화는 20년이라는 긴 세월을 인고하며 끝내 세상에 나온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검열에 저항하고 자유를 갈망했던 우리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지금이야말로 '잘돼갑니다'를 통해 과거를 돌아보고, 오늘날의 민주주의가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이 있었는지 되새겨볼 때입니다. 역사적 통찰과 예술적 용기가 담긴 이 걸작을 놓치지 마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조긍하

장르 (Genre)

드라마

개봉일 (Release)

1989-09-09

러닝타임

115분

연령등급

고등학생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합동영화(주)

주요 스탭 (Staff)

한운사 (원작) 한운사 (각본) 곽정환 (제작자) 이지룡 (기획) 김상윤 (기획) 김덕진 (촬영) 김연 (조명) 이경자 (편집) 전정근 (음악) 이봉선 (미술) 박태식 (소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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