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줌의 시간속에서 1994
Storyline
시간의 흔적, 삶의 덧없음이 물결치는 해안에서
1994년, 한국 영화계에 한 편의 깊이 있는 드라마가 조용히 스며들었습니다. 백일성 감독의 <한줌의 시간속에서>는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것을 넘어, 삶과 죽음, 아름다움과 추함이라는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제46회 이태리 살레르노 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며 그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고, 감독 스스로 3년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음을 밝히며 영원한 시간 속에서 인간의 삶이 가지는 의미를 탐색하려 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시간의 허무성을 음악과 영상으로 밀도 있게 그려낸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잊히지 않을 감성적인 울림을 선사할 것입니다.
영화는 1930년대 충남의 한적한 해안가를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독일의 명문대학 고고학과 교수인 노학자가 병든 몸을 이끌고 잊지 못할 고향을 찾습니다. 한때는 번성했을 그의 옛집은 이제 폐허가 되어버렸지만, 그곳에는 그의 유일한 희망이자 삶의 위안인 그리운 기억들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첫사랑이었던 여자친구 영애, 그리고 어린 시절 천진했던 자신의 모습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노교수의 눈앞에 펼쳐지는 현재는 과거의 아름다움과는 너무나도 대비됩니다. 마을을 떠도는 문둥이들의 비참한 모습은 죽음을 앞둔 자신의 초상처럼 다가오고, 미스터리하고 아름다운 무녀는 그에게 알 수 없는 절망을 안겨줍니다. 이처럼 영화는 과거의 찬란함과 현재의 황폐함, 삶의 애잔함과 죽음의 그림자, 그리고 지독한 아름다움과 추함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인간 존재의 깊은 애환과 막연한 그리움을 세밀하게 직조해냅니다. 이는 단순한 줄거리를 넘어선 노교수의 내면을 따라가는 여정이며,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과 시간에 대해 되돌아보게 할 것입니다.
<한줌의 시간속에서>는 감각적인 영상미와 묵직한 메시지를 통해 깊은 사색의 시간을 선사하는 수작입니다. 인생의 마지막 여정을 걷는 한 노학자의 시선을 통해 과거와 현재, 기억과 망각, 삶과 죽음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이 영화는, 찰나의 순간들이 모여 이루어진 삶의 의미를 되묻게 합니다. 철학적인 깊이와 서정적인 분위기를 선호하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가 주는 고요하지만 강렬한 여운에 오랫동안 잠겨들게 될 것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삶의 본질을 탐색하고 싶은 분들께, 백일성 감독의 <한줌의 시간속에서>는 놓쳐서는 안 될 특별한 영화적 경험이 될 것입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드라마
개봉일 (Release)
1994-05-14
배우 (Cast)
러닝타임
116분
연령등급
연소자불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구월당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