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만세 1995
Storyline
"사랑은 존재하지 않지만, 고독은 영원히…" 차이밍량 감독의 도시의 쓸쓸한 초상, <애정만세>
영화 전문 매거진의 수석 에디터로서, 오늘 소개해 드릴 작품은 대만 뉴웨이브 영화의 걸작이자 현대인의 고독을 가장 섬세하게 포착한 영화 중 하나인 차이밍량 감독의 1994년 작 <애정만세>(Vive L'Amour)입니다. 1990년대 타이베이의 풍경을 배경으로 세 젊은이의 엇갈린 삶과 깊은 외로움을 그려낸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제51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차이밍량 감독을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또한, 제31회 금마장에서는 최우수 장편 영화, 최우수 감독, 최우수 음향 효과 부문을 석권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이 작품은 허우샤오셴, 에드워드 양 감독의 작품들과 함께 대만 뉴웨이브 영화의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영화는 부동산 중개회사 직원 메이(양귀매 분)와 납골당 판매원 샤오강(이강생 분), 그리고 불법 노점상 아정(진소영 분), 이 세 인물의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이들은 광활한 도시 타이베이의 한 빈 아파트에서 기묘한 우연으로 엮이게 됩니다. 메이는 자신이 판매하는 이 빈 아파트를 때때로 애정 없는 하룻밤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고, 우연히 이 아파트의 열쇠를 손에 넣은 샤오강은 남몰래 이곳에 드나들며 자신만의 은신처로 삼습니다. 한편, 메이에게서 호감을 느낀 아정 역시 메이의 열쇠를 몰래 훔쳐 같은 아파트로 들어오게 됩니다. 세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알면서도 모른 척, 혹은 알지 못한 채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각자의 고독과 욕망을 채워나갑니다. 이들의 관계 속에는 흔히 말하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도시라는 거대한 익명성 속에 파편화된 인간의 쓸쓸함만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영화는 거의 대사 없이 인물들의 행동과 표정, 그리고 텅 빈 공간이 주는 침묵을 통해 이들의 내면을 표현하며, 특히 영화의 시작 24분간 대사가 거의 없다는 점은 인상적입니다.
<애정만세>는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현대 사회의 소통 부재와 단절된 감정을 예리하게 통찰하는 작품입니다. 차이밍량 감독의 시그니처인 '슬로우 시네마' 스타일은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 변화와 도시의 공허함을 깊이 있게 담아냅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 따안삼림공원에서 메이가 홀로 터뜨리는 긴 울음 장면은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감정의 파동을 선사하며, 현대인의 외로움과 공허감을 극대화합니다. 이 장면은 수많은 영화 평론가와 관객들의 뇌리에 깊이 박힌 명장면으로 손꼽힙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랑 만세'라는 제목은 영화 속 인물들의 사랑이 부재한 현실을 더욱 부각시키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인간 본연의 고독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2025년 제82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는 4K 복원본이 공개될 정도로 여전히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사랑받는 고전입니다. 차갑고 불편할 수 있는 시선이지만, 그 안에서 발견하는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위로와 공감을 선사할 것입니다. 바쁜 일상 속 잊고 지냈던 내면의 고독과 마주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애정만세>가 주는 독특하고 강렬한 경험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Details
러닝타임
80분
연령등급
-
제작국가
대만
제작/배급
중앙전영공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