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미잘 1995
Storyline
순수한 눈으로 마주한 세상의 파도: 영화 말미잘
1995년, 한국 영화사의 거목 유현목 감독이 15년 만에 메가폰을 잡고 선보인 마지막 연출작 <말미잘>은 어린 소녀의 순수한 시선을 통해 어른들의 복잡한 세상을 응시하는 깊이 있는 드라마입니다. '사회 묘파의 리얼리스트'이자 '실험 정신의 대가'로 평가받는 유현목 감독 특유의 시선이 담긴 이 작품은 개봉 당시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인 성을 서정적인 영상으로 아름답게 표현했다'는 호평과 함께 '유현목도 이제 타락했다'는 상반된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한 소녀의 성장을 통해 삶의 본질을 조용히 통찰하는 유의미한 시도였습니다.
영화는 푸른 바다를 벗 삼아 해녀인 엄마와 살아가는 아홉 살 소녀 수영(천영덕 분)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오래전 배를 타고 나간 뒤 소식이 끊긴 아빠를 기다리며 섬에서 생활하는 수영의 세계는 엄마에 대한 애착으로 가득하죠. 그러던 어느 날, 도시에서 온 독고 아저씨(이영하 분)가 수영의 집에 하숙을 시작하면서 소녀의 평화로운 일상에는 잔잔한 파문이 일렁입니다. 엄마와 가까워지는 독고 아저씨의 모습은 수영에게 엄마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미묘한 위기감과 경계심을 안겨줍니다. 결국 순수한 아이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세계는 감당하기 벅찬 혼란으로 다가오고, 독고 아저씨는 과거 민중소설가였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되는 사건까지 벌어지죠. 방학 동안 유곽을 운영하는 고모 집에서 낯선 경험을 하고 섬으로 돌아온 수영은 엄마가 독고 아저씨와 재혼하여 떠났다는 사실과, 늘 따뜻한 친구 같았던 최 선장 아저씨(안성기 분)마저 세상을 떠났다는 비극적인 소식을 접하며 커다란 상실감에 휩싸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상처와 변화 속에서 수영은 조금씩 엄마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어른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영화 <말미잘>은 아홉 살 소녀의 눈을 통해 세상의 섭리와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아름답고도 아련한 성장 영화입니다. 유현목 감독은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어른들의 복잡한 관계, 특히 성(性)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과 이해의 과정을 말미잘이라는 상징적인 모티프를 통해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어른들의 세계를 아이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풀어냄으로써, 관객은 수영의 감정선에 깊이 공감하며 인간 존재와 삶의 본질에 대한 조용한 통찰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천영덕, 안성기, 나영희, 이영하 등 명배우들의 열연 또한 이 영화의 깊이를 더하며, 거장의 마지막 숨결이 담긴 이 작품은 한국 영화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자취로 기억될 것입니다.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혼란스러웠을, 그러나 결국 세상을 이해하고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한 소녀의 여정을 통해 진정한 성장이 무엇인지 다시금 되새겨보는 감동적인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Details
러닝타임
113분
연령등급
연소자불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경죽영화주식회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