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넬리 1995
Storyline
음악과 운명, 그 잔혹한 아름다움의 초상: 파리넬리
18세기 유럽을 뒤흔든 '신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바로크 시대의 가장 화려한 꽃이자 가장 비극적인 예술가, 카스트라토 파리넬리입니다. 1994년에 개봉하여 전 세계 관객들에게 깊은 전율과 질문을 던졌던 제라르 꼬르비오 감독의 영화 <파리넬리 (Farinelli the Castrato)>는 그 전설적인 삶을 스크린 위에 찬란하게 부활시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한 성악가의 일대기를 넘어, 인간의 욕망과 예술에 대한 갈망, 그리고 비극적인 운명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에 대한 깊은 사색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그 누구도 재현할 수 없을 것이라 여겨졌던 카스트라토의 신비로운 음역대를 남성 카운터테너와 여성 소프라노의 목소리를 합성하여 완벽하게 구현해낸 기술은, 개봉 당시 평단과 관객 모두를 놀라게 한 혁신적인 시도였습니다.
영화는 18세기 바로크 시대, 여성의 무대 활동이 제한되었던 시기에 탄생한 독특한 존재인 카스트라토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그 중에서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카스트라토로 기록된 '카를로 브로스키', 즉 파리넬리(스테파노 디오니시 분)의 삶은 영광과 고통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소년 시절, 변성기를 막기 위해 행해진 비인간적인 거세는 그에게 천상의 목소리를 선사했지만, 동시에 '남자'로서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습니다. 그의 곁에는 언제나 형 리카르도(엔리코 로 베르소 분)가 있습니다. 리카르도는 파리넬리의 노래에만 집중하길 바라며 그를 거세했던 장본인이자, 파리넬리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이기적인 작곡가입니다. 파리넬리의 압도적인 목소리에 매료된 수많은 여성들은 그를 사랑했지만, 파리넬리는 그 어떤 사랑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육체적인 관계는 늘 형 리카르도의 몫이었고, 이는 파리넬리의 내면에 지울 수 없는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그러나 파리넬리는 점차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리카르도의 평범한 곡에 낭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깊은 환멸에 빠집니다. 그는 동시대 최고의 음악가 헨델(조나단 폭스 분)의 위대한 음악을 노래하고 싶어 하는 강렬한 열망에 사로잡히고,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인 알렉산드라(조 벳징 분)는 파리넬리의 예술적 자유를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들의 얽히고설킨 관계와 예술적 갈등은 파리넬리의 비극적인 삶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어갑니다.
<파리넬리>는 단순히 화려한 볼거리와 귀를 황홀하게 하는 음악으로만 채워진 영화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예술을 향한 인간의 광기 어린 집착, 형제간의 복잡한 애증 관계, 그리고 거세된 천재가 겪어야 했던 정체성의 혼란과 고독을 심도 있게 파고듭니다. 파리넬리의 목소리가 절정으로 치달을 때마다, 그는 단순한 기교를 넘어선 깊은 고통과 열정을 토해내며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듭니다. 특히 헨델의 '울게 하소서 (Lascia ch'io pianga)'를 부르는 장면은 파리넬리의 비극적인 삶과 내면의 절규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의 백미로 꼽힙니다. 이 영화는 1995년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랐고, 같은 해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바로크 시대의 웅장하고 화려한 의상과 무대 예술은 물론,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 또한 인상 깊으며, 특히 주인공 스테파노 디오니시의 열연은 파리넬리라는 인물에게 입체감을 불어넣습니다. 사랑, 예술, 배신, 그리고 구원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들을 카스트라토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풀어낸 이 작품은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의 가슴속에 깊은 여운을 남길 것입니다. 음악이 주는 숭고한 감동과 한 인간의 처절한 드라마를 통해 진정한 예술의 의미를 탐색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파리넬리>는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수작입니다.
Details
러닝타임
112||111분
연령등급
-
제작국가
프랑스,이탈리아,벨기에
제작/배급
프랑스2시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