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더 레인 1995
Storyline
"비극의 순환, 그 멈출 수 없는 운명 앞에서: <비포 더 레인>"
1994년,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운 세계에 한 편의 강렬한 드라마가 등장했습니다. 밀초 만체드스키 감독의 데뷔작 <비포 더 레인>은 단순한 영화를 넘어, 마케도니아의 깊은 산악 지역과 현대 런던을 오가며 사랑, 증오, 그리고 폭력의 굴레를 탐구하는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유고슬라비아 전쟁의 여파 속, 민족 간의 갈등이 들끓던 발칸 반도의 현실을 배경으로, 이 영화는 인간 본연의 딜레마와 비극적인 운명을 세밀하게 직조해냅니다. 제51회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거머쥐고 이듬해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며 세계적인 찬사를 받은 이 작품은, 개봉 후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묵직한 울림을 선사합니다.
영화는 세 개의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야기, 즉 '말(Words)', '얼굴(Faces)', '사진(Pictures)'을 통해 비극적인 서사를 펼쳐냅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침묵 서약을 지키는 젊은 수도사 키릴(그레고와르 콜랭)은 쫓기는 알바니아 소녀 자밀라(라비나 미체프스카)를 숨겨주며 금지된 감정에 휩싸입니다. 종교와 민족의 장벽을 넘어선 그의 행동은 평화를 깨트릴 위험을 품지만, 그는 이미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긴 상태입니다. 한편, 런던에서는 사진 편집인 앤(캐트린 카틀리지)이 남편 닉(제이 빌리어스)과 종군 사진작가 알렉산더(라드 세르베드지야) 사이에서 복잡한 사랑의 갈등을 겪습니다. 전쟁의 참혹함에 지쳐 고향 마케도니아로 돌아온 알렉산더는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 하지만, 그곳 역시 이미 민족 분규의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습니다. 옛 연인 안나(실비야 스토야노브스카)의 부탁으로 실종된 딸을 찾아 나서며, 그는 카메라 렌즈 너머로만 보았던 민족 갈등의 민낯을 비로소 마주하게 됩니다. 이 세 이야기는 놀랍도록 순환적인 구조로 엮여 있으며, 폭력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비극적인 현실을 은유적으로 보여줍니다.
<비포 더 레인>은 단순한 전쟁 영화가 아닙니다. 이는 인간성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깊이 있는 질문이자, 사랑과 증오, 평화와 폭력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탐색하는 예술 작품입니다. 뛰어난 미장센과 몰입도 높은 연출은 마케도니아의 웅장하면서도 불안한 풍경과 런던의 현대적인 혼란을 대비시키며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특히, 영화의 비선형적 서사 구조는 관객으로 하여금 폭력의 순환적 본질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만듭니다. 에버트 평론가는 이 영화를 "올해 최고의 영화 중 하나이자 밀초 만체드스키 감독의 빛나는 데뷔작"이라고 극찬하며, "전쟁이 얼마나 가까이 있으며, 어떤 인간도 섬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고 평했습니다. 국경과 시대를 초월하여 울려 퍼지는 이 작품의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인간의 조건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격동의 시대, 우리가 잃어버린 것과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그리고 ‘비가 내리기 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수작입니다.
Details
러닝타임
113분
연령등급
-
제작국가
마케도니아
제작/배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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