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잃어버린 계절의 멜로디, '4중주'

인간 관계의 가장 심오한 영역, 그중에서도 특히 결혼이라는 제도의 균열과 재구성에 대한 탐구는 영화 예술이 끊임없이 천착해온 주제입니다. 1994년, 그리스의 루시아 리카키 감독이 선보인 영화 '4중주(Kouarteto Se 4 Kiniseis)'는 15년간 함께한 부부의 일상에 스며든 권태와 예기치 않은 사랑의 선율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수작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넘어, 관계의 본질과 개인의 욕망, 그리고 상실과 재발견의 복잡한 감정들을 깊이 있게 다룹니다. 테미스 바자카와 조지 코라파스, 두 주연 배우의 밀도 높은 연기는 삶의 미묘한 균열 속에서 흔들리는 인물들의 내면을 생생하게 포착해냅니다.


영화는 아테네에 사는 30대 후반 부부 알렉산드라와 안도니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외국 문학 번역가인 알렉산드라와 건축가로서 일에 몰두하는 안도니스는 14세 아들을 둔 평범한 부부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겉보기엔 평온한 이들의 결혼 생활에는 이미 해묵은 일상적인 문제와 권태기가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서로에게 무심해진 듯한 시간 속에서, 알렉산드라와 안도니스는 각자 뜻밖의 인물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알렉산드라에게 다가온 이는 7살 아들을 둔 작곡가 스테파노스입니다. 그는 삶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자유분방함으로 알렉산드라의 잊고 있던 감정을 일깨우지만, 동시에 그녀에게 알 수 없는 두려움을 안겨줍니다. 한편, 안도니스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나타난 클레어라는 여인에게서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이들의 예기치 않은 만남은 결혼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이자, 동시에 자신들의 욕망과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복잡한 여정으로 이어집니다. 부모의 이러한 변화를 멀리서 지켜보는 아이들은 어른들의 행동을 관찰하며 관계의 촉매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4중주'는 이처럼 파경을 향해 치닫는 듯 보이는 부부의 위기를 통해 사랑과 소통의 미묘한 디테일들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협력자로 유명한 즈비그뉴 프라이스너가 참여한 음악은 영화의 감정선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며, 등장인물들의 내면 풍경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1994년 몬트리올 국제 영화제, 테살로니키 국제 영화제, 카이로 국제 영화제 등 여러 국제 영화제에 초청되었으며, 문화부로부터 장편 영화 부문 품질상과 음향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에만 머무르지 않고, 관계의 균열 속에서 진정한 자아와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인간의 보편적인 고뇌를 깊이 있게 조명합니다. 결혼 생활의 현실적인 단면을 치밀하게 포착하면서도, 그 안에 숨겨진 인간 본연의 감정들을 놓치지 않는 리카키 감독의 연출력은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사색의 기회를 선사할 것입니다. 사랑하고, 상처받고, 다시 균형을 찾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삶에서 한 번쯤 마주할 수 있는 '잃어버린 계절'에 대한 사려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과거의 명작이 선사하는 깊은 여운을 경험하고 싶다면, '4중주'는 분명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입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드라마

개봉일 (Release)

1996-02-03

러닝타임

85분

연령등급

-

제작국가

그리스

제작/배급

그리크필름센터

주요 스탭 (Sta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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