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오래 지속된다 1997
Storyline
청춘의 겨울, 모스크바 별장에서 길을 잃다: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
1996년, 한국 영화계에 한 편의 특별한 영화가 조용히 등장했습니다. 김응수 감독의 장편 데뷔작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는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청춘들의 내면을 깊이 파고드는 예술적 성찰을 담아내며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훗날 자신만의 독특한 영화 세계를 구축하며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허문 김응수 감독의 시작을 알리는 동시에, 1990년대 한국 독립영화의 중요한 지점으로 기록됩니다.
하얗게 눈 덮인 모스크바 근교의 별장, 새해를 앞두고 10년 전 서울에서 대학 시절을 함께 보냈던 한국인 친구들이 오랜만에 모여듭니다. 주부, 외교관, 유학생 등 각자의 삶의 궤적을 걷던 이들은 모스크바에서 다시 만나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스키를 타며 한때 뜨거웠던 청춘의 기억을 더듬습니다. 하지만 화기애애함 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심란함과 우울감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혁명을 꿈꾸던 시절의 이상과 현재의 현실 사이에서 길을 잃은 듯한 이들은 서로에게 자신의 일그러진 모습을 투영하며 점차 절망적인 분위기로 빠져듭니다. 한 친구의 돌연한 자살은 이들의 위태로운 관계에 균열을 일으키고, 과거의 그림자가 현재를 잠식하는 가운데 각자는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영화는 인물들의 내면을 응시하는 카메라의 시선과 마치 다큐멘터리를 기록하듯 펼쳐지는 대사들로 인물들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는 80년대 운동권 세대가 30대가 되어 겪는 힘겨운 서른맞이를 가슴 아프게 기록한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영화는 상업적인 관습에서 벗어나 오랜 시간 인물들을 지켜보는 독특한 영상 미학과 주제 의식을 선보입니다. 김응수 감독이 러시아에 5년간 머물렀던 경험이 반영된 모스크바의 이국적인 배경은 청춘의 좌절과 방황을 더욱 쓸쓸하게 만들며,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인간 본연의 고뇌를 되묻게 합니다. 당시 독립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이 작품은 단순히 한 세대의 이야기가 아닌, 꿈과 현실 사이에서 번민하는 모든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마주하는 복잡한 감정선을 따라가며, 삶과 이상에 대해 깊이 사유해보고 싶은 관객들에게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는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질 것입니다. 1990년대 한국 독립영화의 중요한 한 조각이자, 김응수 감독의 독창적인 세계관이 시작된 이 영화를 통해 깊고 사색적인 영화적 경험을 하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드라마
개봉일 (Release)
1997-03-22
배우 (Cast)
러닝타임
90분
연령등급
고등학생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영화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