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1996
Storyline
세상의 편견을 깨고 진리의 문을 두드리다: 영화 <유리>
1996년, 한국 영화계에 한 줄기 강렬한 파문이 일었습니다. 양윤호 감독의 데뷔작이자 배우 박신양의 주연 데뷔작인 영화 <유리>는 단순한 드라마의 범주를 넘어, 인간 존재와 구도(求道)의 본질을 탐색하는 대담하고 파격적인 여정을 제시하며 관객과 평단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제49회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되며 일찍이 그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은 이 작품은, 스크린 위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정신적 투쟁을 통해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질문들을 던집니다.
영화는 어머니가 창녀라는 이유로 세상 모든 남자에게 아들이면서도 그 누구의 아들도 아닌 운명을 짊어진 '유리'의 삶을 따라갑니다. 그는 자신에게서 어머니를 '빼앗아간' 모든 아버지들에 대한 질투와 증오를 가슴속 깊이 품고 성장하죠. 어머니의 죽음 이후, 유리는 운명처럼 수도승의 길을 걷게 되고, 서른세 살이 되던 해 마침내 40일간의 고독한 구도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그가 당도한 곳은 스님들이 수행을 통해 진리를 깨닫는 성스러운 공간이자, 동시에 사회의 관습과 모든 잡념을 벗어던지기 위해 알몸으로 들어가야 하는 고난의 땅, 바로 '유리'입니다. 이곳에서 유리는 자만심에 가득 찬 존자승과 편견에 사로잡힌 애꾸승을 마주하고, 종교적 신념에 입각한 살인을 저지르며 극한의 상황 속으로 자신을 내던집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살인이 아닌, 스스로를 옥죄던 관념적 대상들과의 처절한 싸움이며, 진정한 깨달음을 얻기 위한 그의 광폭한 몸부림입니다.
영화 <유리>는 박상륭 작가의 난해한 소설 '죽음의 한 연구'를 원작으로 한 만큼, 쉽사리 그 속내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깊은 사유와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관객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양윤호 감독은 거칠고 황량한 미장센을 통해 유리가 겪는 내면의 고통과 갈등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내고, 신인답지 않은 박신양 배우의 날것 그대로의 열연은 극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립니다. 박신양은 이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과 청룡영화상에서 신인남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삶과 죽음, 증오와 해탈, 육체와 영혼이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유리의 여정은 비록 난해하고 불편할지라도, 관습에 갇힌 시대를 향해 일갈하는 날카로운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폭력성과 파격적인 설정 뒤에 숨겨진 깊은 철학적 성찰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탐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기존의 영화 문법을 깨부수고 예술적 탐험의 경계를 확장한 이 문제작을 통해, 당신만의 '진리'를 마주할 용기를 얻게 될지도 모릅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드라마
개봉일 (Release)
1996-06-06
배우 (Cast)
러닝타임
114분
연령등급
연소자불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주)하명중 영화제작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