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사랑과 욕망의 엇갈린 초상: <레드 로즈, 화이트 로즈>"

1994년 개봉한 관금붕 감독의 수작 <레드 로즈, 화이트 로즈>는 홍콩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거장 관금붕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과 중국 문학의 거목 장아이링(張愛玲, Eileen Chang)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1930년대부터 1940년대의 혼란스러운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남자의 삶을 관통하는 두 여성과의 지독한 사랑과 욕망,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파생되는 인간 본연의 모순을 깊이 있게 통찰합니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연출로 정평이 난 관금붕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홍콩 영화의 예술적 깊이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영화는 젠 바오(조 창/자오 창 분)라는 한 남자의 회한에서 시작됩니다. 젊은 시절 파리에서 겪었던 씁쓸한 경험 이후, 그는 자신의 인생을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강박에 시달리며 자신만의 도덕적 기준을 세우려 애씁니다. 그러나 친구의 아내인 '붉은 장미', 왕자오루이(조안 첸 분)와의 만남은 그의 견고한 세계를 뒤흔듭니다. 영국 유학파 출신의 왕자오루이는 넘치는 자신감과 뜨거운 열정을 지닌 여성으로, 젠 바오의 삶에 강렬한 색채로 물들어 갑니다. 하지만 그녀가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준비가 되었음을 고백하는 순간, 젠 바오는 알 수 없는 두려움에 휩싸여 그녀를 외면하고 맙니다. 이후 그는 지극히 순종적이고 섬세한 '흰 장미', 멍옌리(시 게 분)와 결혼하며 이상적인 가정을 꾸리려 합니다. 그러나 젠 바오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갈증은 해소되지 않고, 그는 방탕한 삶에 빠져들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흰 장미는 남편의 외면과 자신의 억눌린 욕망 속에서 서서히 붉은 장미와 같은 정열적인 모습으로 변모해갑니다. 한 남자의 욕망이 두 여인에게 어떻게 투영되고, 또 그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젠 바오의 시선으로 쫓아가는 이 이야기는 ‘붉은 장미’와 ‘흰 장미’라는 상징을 통해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과 사회적 역할 사이의 충돌을 날카롭게 보여줍니다.


<레드 로즈, 화이트 로즈>는 관금붕 감독 특유의 섬세한 미장센과 장아이링 원작의 깊이 있는 심리 묘사가 어우러져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선사합니다. 특히 영화는 "붉은 장미는 벽에 튄 모기 피 자국이 되고, 흰 장미는 옷에 붙은 쌀알이 된다"는 원작의 명대사처럼, 남자의 기억 속에서 사랑이 어떻게 퇴색하고 변질되는지를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구현해냅니다. 크리스토퍼 도일 촬영감독의 환상적인 영상미는 1930년대 상하이의 고풍스러움과 인물들의 내면 풍경을 감각적으로 담아내 영화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또한, 조안 첸 배우는 '붉은 장미' 왕자오루이 역을 맡아 열정적이면서도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대만 금마장영화제와 홍콩 영화평론가협회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평단의 극찬을 받았습니다. 한 남자를 둘러싼 두 여인의 서사를 통해 사랑, 결혼, 욕망, 그리고 시대적 속박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탐구하는 <레드 로즈, 화이트 로즈>는 홍콩 멜로 드라마의 정수이자 시대를 초월하는 명작으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들을 던지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입니다. 영화가 주는 아련하고도 강렬한 인상은 사랑의 복잡다단한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이귀덕

장르 (Genre)

드라마

개봉일 (Release)

1996-11-30

배우 (Cast)

러닝타임

28분

연령등급

-

제작국가

미국

제작/배급

주요 스탭 (Staff)

박재현 (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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