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베 1998
Storyline
"사랑의 색실로 엮어낸 유목의 노래, 영화 <가베>"
이란 영화의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 선사하는 1996년작 <가베>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유목민의 삶과 사랑, 그리고 꿈이 촘촘히 짜인 한 폭의 양탄자 같은 영화입니다. 1996년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상영되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 작품은 이란과 프랑스가 공동 제작한 수작으로, 페르시아의 황량하면서도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을 시적으로 그려냅니다.
영화는 맑은 강물에 양탄자를 담그고 정겹게 빨래를 하던 한 노부부의 실랑이에서 시작됩니다. 이 신비로운 양탄자는 마치 생명력을 가진 듯 사람으로 변모하고, 이내 '가베'라는 이름을 가진 환상의 소녀가 나타나 노부부에게 자신의 가족과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가베는 사랑하는 이가 있지만, 유목민 사회의 전통과 가족의 생업이 얽힌 복잡한 현실 속에서 사랑을 쉽게 이룰 수 없는 처지입니다. 총각으로 늙은 삼촌의 결혼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부모님의 반대, 그리고 어머니의 잉태를 조건으로 내거는 아버지의 모습은 가베의 간절한 마음에 끝없이 시련을 안겨줍니다. 늑대 울음소리로 그녀의 주위를 맴도는 약혼자와의 비밀스러운 만남 속에서도, 자신을 감시하는 주위의 시선 때문에 도망칠 결심마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서사 속에서도 양털을 깎고, 실을 뽑고, 오색으로 물들여 양탄자를 짜는 유목민 가족의 생업은 멈추지 않고 계속됩니다. 영화는 이처럼 현실과 환상, 사랑과 전통, 그리고 삶의 고단함과 아름다움이 교차하는 서사를 마치 한 편의 시처럼 펼쳐냅니다.
<가베>는 눈부신 자연의 색채와 유목민의 소박하지만 강렬한 삶의 모습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경이로운 영상미를 자랑합니다. 양탄자를 짜는 과정 자체가 가베의 사랑 이야기를 직조하는 행위와 오버랩되며, 관객들에게 깊은 상징적 울림을 선사합니다. 삶의 고뇌와 순수한 열망이 뒤섞인 가베의 이야기는 시대를 초월하여 보편적인 공감을 자아내며, 전통과 현대, 개인의 욕망과 사회적 제약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을 아름답게 담아냅니다. 때로는 느리고 명상적인 흐름 속에서 페르시아의 독특한 문화와 정서를 흠뻑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79분이라는 길지 않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남기는 여운은 짙고 오래갑니다. 시적인 연출과 황홀한 미장센, 그리고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가베>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삶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되새기고 싶은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Details
러닝타임
75분
연령등급
-
제작국가
프랑스,이란
제작/배급
엠케이투 프로덕션즈
주요 스탭 (Staff)
모흐센 마흐말바프 (각본) 모스타파 미르자카니 (기획) 마흐마드 칼라리 (촬영) 모흐센 마흐말바프 (편집) 후세인 알리자데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