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사랑의 부스러기, 기억 위에 흩날리다: 영화 '첫사랑'과의 유영"

1997년 홍콩 영화계를 수놓았던 에릭 콧(갈민휘) 감독의 독특한 연출 데뷔작, '첫사랑(First Love: The Litter On The Breeze)'은 단순한 로맨스 드라마의 범주를 넘어선다. 왕가위 감독이 프로듀싱하고 크리스토퍼 도일 촬영감독이 참여한 이 작품은, 그 이름만으로도 몽환적이고 실험적인 홍콩 영화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첫사랑'은 제목처럼 첫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다루지만, 감독 자신의 내러티브에 대한 성찰과 파격적인 형식으로 관객을 사로잡으며 사랑의 다양한 단면들을 조명한다.

영화는 두 가지 첫사랑 이야기를 병치하며 전개된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밤거리의 청소부 임가동(금성무)이 3개월 동안 몽유병으로 배회하는 유유(이유유)를 우연히 만나면서 시작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밤마다 도시를 떠도는 유유를 묵묵히 보호하던 임가동의 순수한 사랑은, 자신의 몽유병 사실을 알게 된 유유가 비디오 카메라를 몸에 부착하고 스스로 몽유를 가장하여 임가동과의 만남을 이어가는 기묘하고도 달콤한 로맨스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들의 첫사랑은 결혼이라는 약속 앞에서 예상치 못한 엇갈림을 맞이하며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두 번째 이야기는 젊은 시절 조미나(막문위)와의 결혼을 약속했지만 사랑에 대한 두려움으로 도망쳤던 잡화상 주인 이일평(갈민휘)의 이야기다. 오랜 세월이 흘러 사진관에서 일하는 조미나가 우연히 이일평 가족의 사진을 보고 그를 찾아오면서, 이일평은 과거의 죄책감과 재회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조미나의 등장은 이일평에게 잊었던 첫사랑의 기억과 함께 예상치 못한 소동을 불러일으키며, 첫사랑이 남긴 복잡한 감정의 잔해들을 탐색한다.

'첫사랑'은 전통적인 서사 방식을 탈피한 독특한 연출로, 때로는 불편하고 혼란스러울 수 있으나, 그 이면에 자리한 솔직함과 진정성이 빛나는 작품이다. 크리스토퍼 도일 특유의 유려하고 풍부한 색감의 촬영은 홍콩의 밤거리를 몽환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며, 각 이야기에 깊이와 아름다움을 더한다. 이 영화는 첫사랑의 설렘과 아련함,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사랑의 본질을 실험적인 시선으로 탐구하며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의 낯선 떨림부터 시간이 흘러도 남아있는 그리움까지, '첫사랑'은 그 복합적인 감정의 부스러기들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왕가위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나 홍콩 실험 영화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면, 이 독특하고 매혹적인 '첫사랑'에 빠져들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Details

감독 (Director)

아사기리키요시

장르 (Genre)

드라마

개봉일 (Release)

1998-02-21

배우 (Cast)
키지마 아이리

키지마 아이리

러닝타임

65분

연령등급

-

제작국가

홍콩

제작/배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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