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시인의 흔적을 쫓는 자, 거대한 미스터리에 삼켜지리라"

1999년, 세기말의 불안한 공기 속에서 한국 영화계는 독창적인 스릴러 한 편을 선보였습니다. 천재 시인 이상의 난해한 시 세계를 스크린으로 옮겨와 지적 호기심과 서늘한 긴장감을 동시에 선사했던 영화, 바로 유상욱 감독의 '건축무한 육면각체의 비밀'입니다. 당시 충무로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며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될 만큼 탄탄한 이야기를 자랑했던 이 작품은 단순한 장르 영화를 넘어 한국 근대사의 어두운 그림자를 파고드는 대담한 시도로 주목받았습니다. 김태우, 신은경, 이민우 등 당대 청춘 스타들의 열연이 더해져, 2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금 재조명할 가치가 충분한 영화로 기억됩니다.


이야기는 이상의 시를 주제로 졸업논문을 준비하던 대학원생 용민(김태우 분)이 PC통신에서 'MAD 이상 동호회'를 발견하고 가입하면서 시작됩니다. 이곳에서 용민은 당찬 여기자 태경(신은경 분), 뮤지션 카피캣, 화가 캔버스, 그리고 비밀스러운 리더 덕희(이민우 분)를 만나게 되죠. 덕희는 이상의 시에 얽힌 기존의 해석을 뒤엎고, 1931년에서 1933년 사이 이상에게 사라진 2년의 시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녀는 이상의 시들이 단순한 예술을 넘어 세상을 향한 거대한 경고일 수 있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펼치고, 동호회 멤버들은 이 상상력에 매료되어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이라는 가상 소설을 PC통신에 릴레이 연재하기로 뜻을 모읍니다. 이상의 숨겨진 진실을 하나씩 파헤쳐 가던 이들의 문학적 유희는 그러나, 이내 끔찍한 현실로 돌변합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멤버들이 의문의 죽음을 맞기 시작하고, 살아남은 자들은 그들의 발길이 닿았던 이상의 비밀 속에 거대한 역사적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깨닫게 되죠. 순수한 학문적, 예술적 탐구는 국가적 스케일의 음모에 맞서는 절체절명의 사투로 변모하며 관객을 숨 막히는 미스터리 속으로 이끌어갑니다.


‘건축무한 육면각체의 비밀’은 문학적 소재와 스릴러 장르의 영리한 결합을 통해 잊힌 역사의 한 페이지를 파헤치는 지적인 쾌감을 선사합니다. 1999년이라는 시대상을 반영한 PC통신이라는 매개체를 활용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 또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입니다. 이상 시인의 난해한 시 세계를 대중적인 스릴러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한국 영화의 독창적인 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영화는 단순한 살인 사건을 넘어 일제강점기라는 거대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을 긴장감 넘치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단순한 공포 이상의 복합적인 감정을 전달합니다. 미스터리, 드라마, SF 요소를 균형 있게 아우르는 이 영화는 예측 불가능한 전개와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력이 조화를 이루며 당신의 상상력을 자극할 것입니다. 익숙한 천재 시인 이상의 이름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이야기를 마주하고 싶다면, '건축무한 육면각체의 비밀'이 선사하는 차가운 지적 스릴의 세계로 빠져들어 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스릴러,드라마,SF

개봉일 (Release)

1999-05-01

배우 (Cast)
러닝타임

110분

연령등급

15세관람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주)지맥엔터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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