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등( 夏雨燈 ) 1999
Storyline
여름날의 몽상, 폐교에 스며든 청춘의 그림자 - 영화 '하우등'
1999년 여름, 한국 영화계는 잊혀가는 풍경 속에서 찬란했던 청춘의 한 조각을 포착합니다. 김시언 감독의 '하우등(夏雨燈)', 폐교라는 낯선 공간에 스며든 젊음의 방황과 그리움을 섬세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강태영, 정재욱, 이종우, 임지은 등 젊은 배우들의 앙상블로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가슴 한편에 남아있을 법한 씁쓸하고도 아름다운 기억을 더듬게 하는 이 영화는, 시간과 공간이 주는 덧없음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 본연의 감정들을 사려 깊게 조명합니다. 개봉 당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며, 비주류 영화의 매력을 한껏 발산했던 '하우등'은 오늘날 다시금 꺼내보아도 그 빛을 잃지 않는 보석 같은 영화로 기억될 것입니다.
영화는 ‘여름’, ‘비’, 그리고 ‘등’이라는 세 가지 시간적 흐름 속에서 폐교 '예림분교'를 배경으로 각기 다른 세 그룹의 인물들이 엮어내는 이야기를 펼쳐냅니다. 장마가 막 끝난 무더운 여름, 병림과 창도, 한수라는 세 청년이 정체불명의 돈가방을 들고 예림분교로 숨어듭니다. 그들을 맞이하는 것은 낡은 책상 위 들꽃 다발과 칠판에 적힌 '예림분교 안녕'이라는 글귀뿐.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이들은 어린아이 같은 장난으로 무료함을 달래려 하지만, 이내 답답함과 갈등이 짙어집니다. 이어 초여름 장마가 시작되기 직전, 폐교의 마지막 졸업생이었던 주경, 다정, 송연이 한 동창의 비보를 계기로 다시 예림분교를 찾아옵니다. 교정을 거닐며 과거의 추억에 잠긴 이들은, 한때 가수와 멋진 사랑을 꿈꾸었지만 이제는 포기할 것들로 가득 찬 현재의 삶을 술잔에 담아 이야기 나눕니다. 그리고 일 년 뒤, 주경은 홀로 예림분교에 남은 창도를 다시 찾아와 병림이 만들어 놓았다는 '등'을 선물 받고 돌아서는데… 이 세 이야기는 마치 희미해져 가는 꿈처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교차하는 듯한 몽환적인 감성을 선사합니다.
'하우등'은 단순히 세 가지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폐교라는 공간이 지닌 기억과 쓸쓸함을 통해 청춘의 한 단면을 응축하여 보여줍니다. 돈가방을 든 채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불안과 절망, 그리고 빛바랜 교정에서 스러져 가는 꿈을 되새기는 동창생들의 회한은 시대를 초월하여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낼 것입니다. 마치 한 편의 서정시처럼 펼쳐지는 이 영화는 잊혀진 공간에서 피어나는 생명력,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러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아름다운 애가를 조용히 읊조립니다. 화려한 연출이나 자극적인 서사 대신, 인물들의 내면에 집중하고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하우등'은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우리 자신의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싶게 만드는 마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래된 앨범을 펼쳐 보듯, 가슴 한편이 아련해지는 경험을 원하는 이들에게 '하우등'은 분명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참고문헌:**
1.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n.d.). 하우등.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드라마
개봉일 (Release)
1999-07-03
배우 (Cast)
러닝타임
95분
연령등급
전체관람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주)미로비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