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식 정원 살인사건 1996
Storyline
고요한 정원 속, 시선이 포착한 욕망의 음모: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
1982년, 영국 영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은 시각적 탐미주의와 지적인 퍼즐로 가득 찬 독특한 세계를 선보였습니다. 그의 첫 장편 영화인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은 단순한 살인 미스터리를 넘어, 예술과 권력, 시선과 욕망이 얽히고설킨 복잡한 태피스트리를 펼쳐 보이며 당시 관객과 평단을 매혹시켰습니다. 르네상스 회화를 연상시키는 정교한 미장센과 바로크 시대의 의상을 과장되게 재현한 비주얼은 영화의 모든 프레임을 한 폭의 그림처럼 만들어, 우리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마이클 니만의 중독성 있는 미니멀리스트 음악은 17세기 말 영국 시골의 숨 막히는 고요함 속에 잠재된 불안과 음모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킵니다.
영화는 1694년 영국 켄트 지방의 한 귀족 영지를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허버트 백작부인(자넷 수즈만)은 남편이 부재한 사이, 도도하지만 뛰어난 재능을 지닌 젊은 제도사 네빌(안소니 하긴스)과 파격적인 계약을 맺습니다. 그는 백작의 영지인 캄톤 앤스티의 풍경 12점을 그리는 대가로 숙식과 함께 백작부인과의 은밀한 관계를 요구하죠. 완벽한 재현을 추구하며 그림에 몰두하는 네빌의 눈에 들어온 것은, 고요한 정원 곳곳에 놓인 심상치 않은 오브제들입니다. 창턱에 놓인 사다리, 의미심장하게 걸린 옷가지 등, 그림 속 작은 변화들은 그저 우연일까요, 아니면 숨겨진 진실을 가리키는 단서일까요?
네빌은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데 집착하지만, 동시에 그 뒤에 숨겨진 음모의 그림자를 깨닫지 못합니다. 한편, 백작부인의 사위 탈만과 그의 아내 사라는 각자의 욕망을 위해 네빌을 둘러싼 복잡한 게임에 가담하며 긴장감을 더합니다. 백작의 실종과 시신 발견은 이 모든 것이 단순한 애정 행각이 아닌, 상속과 권력을 둘러싼 치밀한 계획의 일부였음을 암시합니다. 네빌의 그림은 살인 사건의 증거가 될 수도, 혹은 그를 함정에 빠뜨릴 도구가 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 됩니다. 과연 그림 속에 감춰진 진실은 무엇이며, 이 위험한 계약의 끝에는 어떤 비극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지적이고 매혹적인 영화입니다.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시각 예술의 본질과 인간 욕망의 뒤틀린 단면을 예리하게 파고듭니다. 정교하게 계산된 화면 구성과 상징적인 미장센은 관객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곱씹게 만드는 강렬한 잔상을 남깁니다. 권위와 전통에 도전하는 감독의 반항적인 미학은 '이야기만 해대기에는 영화는 너무 중요하다'는 그의 신념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고전적인 우아함 속에 숨겨진 날카로운 풍자와 복잡한 인간 군상에 매력을 느끼는 관객이라면, 이 '탄탈루스의 퍼즐' 같은 영화에 기꺼이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Details
러닝타임
108분
연령등급
-
제작국가
영국
제작/배급
채널4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