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2019
Storyline
상실의 해변에서 피어난 삶의 질문, 영화 <포항>
모현신 감독의 첫 장편 영화 <포항>은 제목처럼 포항의 거친 바다와 그곳에 기대어 살아가는 이들의 깊은 상실감을 롱테이크의 미학으로 담아낸 수작입니다. 2014년 제작되었지만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 극장 개봉에 난항을 겪으며 무려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관객을 기다려야 했던 이 영화는, 그 기다림만큼이나 묵직한 메시지를 품고 있습니다.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그 가치를 증명해 보였고, 2014년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수상에 이어 2015년 포르투갈 플루멘 국제영화제 국제장편경쟁 부문 대상, 2016년 IOFF 영화제 최우수 데뷔작 수상이라는 빛나는 이력을 자랑합니다. 고관재, 홍서백, 최현아 배우를 필두로 한 주연 배우들의 비범한 아우라는 스크린을 가득 채우며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영화는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 고향 포항으로 돌아온 연수(고관재 분)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그는 작은 조선소에서 배를 만들며, 아버지의 귀환을 바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슴에 품고 살아갑니다. 반복되는 고된 노동과 위태롭게 표류하는 듯한 일상은 연수를 점점 지치게 만들고, 땅에 발을 디디고 있지만 마치 유령처럼 살아가는 듯한 그의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서늘하게 합니다. 끝없는 기다림에 지쳐갈 무렵, 연수는 마침내 아버지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형체를 알 수 없는 더미를 만들어 바다에 던집니다. 이 행위는 단순한 물리적 움직임을 넘어, 상실과 부재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한 인간의 처절한 고뇌와 내면의 혼란을 은유적으로 보여줍니다. 연수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사라진 존재의 죽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을지, 혹은 그 존재 자체의 막연함이었을지, 영화는 질문을 던집니다.
<포항>은 상실감에 무너져가는 인간의 조건을 서늘하게 응시하는 작품입니다. 모현신 감독은 긴 호흡의 롱테이크 촬영 기법을 통해 인물의 감정선과 주변 풍경이 빚어내는 쓸쓸하고 황량한 분위기를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합니다. 배우들의 섬세하고 절제된 연기는 연수의 복잡한 심리를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며, 영화가 가진 깊이를 더합니다. 특히, 감독이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볏짚 인형을 바다에 던지는 꿈을 꾸고, 아이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에서 이 영화의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은, 영화가 다루는 '실종'과 '부재'의 의미를 더욱 특별하게 만듭니다. 이는 단순히 한 가족의 비극을 넘어, 우리 모두가 겪을 수 있는 존재의 상실과 그로 인한 공허함을 보편적인 정서로 확장시킵니다. <포항>은 친절한 영화는 아닐지 모르지만, 거친 포항 바다를 배경으로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과 죽음, 그리고 기다림에 대한 깊은 사유를 선물할 것입니다. 삶의 무게와 인간 본연의 고독을 마주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이 영화가 선사하는 잊을 수 없는 경험에 기꺼이 몸을 맡겨 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Details
러닝타임
93분
연령등급
12세관람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