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전통의 숨결과 시대의 비극이 빚어낸 한 폭의 영혼: 뮤지컬 애니메이션 '무녀도'

안재훈 감독이 김동리 작가의 단편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뮤지컬 애니메이션 '무녀도(The Shaman Sorceress)'는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깊이 있는 서사와 매혹적인 예술성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입니다.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인 후, 2021년 11월 24일 정식 개봉하며 비로소 우리 곁에 찾아온 이 영화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습니다. '연필로 명상하기' 스튜디오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작화와 뮤지컬 배우 소냐, 김다현, 장원영, 안정아의 혼신을 다한 목소리 연기, 그리고 강상구 음악감독의 절절한 음악이 어우러져 한 가족의 비극적인 서사를 오감으로 경험하게 합니다. 2020년 제44회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인정을 받은 바 있는 '무녀도'는, 서구 문물이 밀려오던 격동의 시대 속에서 한국인의 정체성과 영혼의 충돌을 묵직하게 그려냅니다.


영화는 퇴락한 집에서 무당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모화와 그녀의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굿이 곧 생활의 전부였던 모화에게는 아들 욱이와 어린 시절 병을 앓아 귀머거리가 된 딸 낭이가 있습니다. 오랜 시간 절에 공부하러 떠났던 아들 욱이가 어느 날 예수교에 귀의한 채 돌아오면서 가족에게는 거대한 파란이 일기 시작합니다. 전통적인 무속 신앙을 굳건히 지켜온 모화와 외래 종교인 기독교를 받아들인 욱이의 신념은 정면으로 충돌하며 좀처럼 좁혀질 수 없는 간극을 만들어냅니다. 이들의 첨예한 대립은 단순한 종교적 갈등을 넘어,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관의 충돌이자 어머니와 아들 사이의 깊은 사랑과 오해를 동시에 보여주는 비극의 씨앗이 됩니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딸 낭이는 이 모든 가족의 갈등과 비극을 고통스럽게 지켜보며, 자신의 그림 속에 그 모든 순간을 담아냅니다. 낭이의 그림은 무너져가는 가족의 역사이자 사라져가는 한 시대의 아픈 기록이 됩니다.


'무녀도'는 김동리 원작 소설이 가진 한국적 정서와 비극미를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로 완벽하게 재해석해냈습니다. 안재훈 감독은 이전에도 한국 근대 문학 작품들을 애니메이션으로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던 만큼, 이번 '무녀도'에서도 원작의 서정성과 주제 의식을 잃지 않으면서도 애니메이션만이 보여줄 수 있는 환상적인 시각적 미학과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장점을 극대화했습니다. 특히 뮤지컬 배우들의 탁월한 가창력으로 표현되는 넘버들은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심경과 굿판의 신명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관객에게 깊은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저물어가는 무녀의 시대와 새로운 종교가 도래하는 전환기의 모습을 섬세한 작화와 아름다운 색감으로 표현해내, 한 편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감동을 안겨줍니다. 이는 단순한 종교적 대립을 넘어,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개인이 겪는 혼란과 정체성 상실, 그리고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잔한 시선을 담고 있어 현대의 우리에게도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무녀도'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도전 정신과 예술적 성취를 보여주는 동시에, 오래된 이야기 속에서 현재를 돌아볼 수 있는 사색의 기회를 제공하는 귀한 작품입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인 수작을 스크린에서 직접 만나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뮤지컬,애니메이션

개봉일 (Release)

2021-11-24

배우 (Cast)
러닝타임

86분

연령등급

12세관람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주)연필로명상하기

Reviews & Comments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