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심연의 구멍, 시간의 심장으로

미켈란젤로 프라마르티노 감독의 영화는 늘 우리를 익숙한 세계의 경계 밖으로 이끌며, 보이지 않는 것의 아름다움과 들리지 않는 것의 웅장함을 감각하게 합니다. 2010년 <네 번>을 통해 삶과 죽음의 순환을 시적으로 그려냈던 그가 10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일 부코>는 제목이 의미하는 '구멍(The Hole)'처럼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경이로운 영화적 경험으로 관객을 초대합니다. 2021년 개봉 이후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며 평단의 극찬을 받았으며, 봉준호 감독은 이 작품을 “불가사의한 영화적 경험”이라 표현하며 찬사를 보냈습니다.


1960년대 초,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에서는 유럽 최고층 빌딩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르고 있을 무렵, 정반대의 장소인 남부 칼라브리아의 한적한 내륙에는 인류의 시선이 미처 닿지 않은 미지의 세계가 존재했습니다. 바로 당시 세계에서 세 번째로 깊은 수직 동굴로 기록될 '비푸르토 동굴'입니다. 영화 <일 부코>는 1961년, 이곳 비푸르토 동굴의 초기 탐험에 나선 젊은 동굴학자 그룹의 숨 막히는 여정을 재현합니다. 그들은 빛 한 줄기 없는 암흑 속으로, 그리고 시간을 초월한 듯한 바위와 암흑의 세계 속으로 밧줄에 몸을 의지한 채 한없이 침잠해 들어갑니다. 카메라는 이들의 용감한 탐험을 따라 심연의 끝에 다다르며, 인간의 호기심과 자연의 웅장함이 교차하는 순간들을 포착합니다. 동시에 영화는 동굴 입구 근처 폴리노 고원에서 늙은 양치기 노인의 고요하고 일상적인 삶을 병치시키며, 지하 세계의 아득한 깊이와 지상 세계의 유한한 삶이 가지는 대비를 사색하게 합니다.


<일 부코>는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선 시청각적 '모험' 그 자체입니다. 대사가 거의 없는 대신, 미켈란젤로 프라마르티노 감독은 압도적인 영상미와 섬세한 사운드 디자인으로 관객을 영화 속으로 끌어당깁니다. 동굴 속에서 울려 퍼지는 발걸음 소리, 밧줄의 마찰음,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목동의 피리 소리는 관객을 '청각적 암흑' 속으로 인도하며, 빛과 침묵이 만들어내는 미지의 공간감을 오롯이 경험하게 합니다. 이는 관객에게 단순한 관람을 넘어선, 깊은 성찰과 고요한 경외감을 선사할 것입니다. 인간의 욕망이 하늘을 향해 치솟는 동안, 다른 이들은 땅속 깊은 곳으로 향하며 자연의 거대한 비밀을 마주합니다. 이 상반된 움직임 속에서 삶과 죽음, 문명과 자연, 인간 존재의 유한함과 자연의 무한함이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일 부코>는 스크린을 통해 심연의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마주하고 싶은 모든 관객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이 특별한 영화는 반드시 극장의 어둠 속에서, 온전히 집중하여 감각해야 할 작품입니다.

Details

장르 (Genre)

드라마

개봉일 (Release)

2024-01-24

배우 (Cast)
파올로 코시

파올로 코시

자코포 엘리아

자코포 엘리아

데니세 트롬빈

데니세 트롬빈

니콜라 란차

니콜라 란차

안토니오 란차

안토니오 란차

러닝타임

97분

연령등급

-

제작국가

이탈리아,독일,프랑스

제작/배급

주요 스탭 (Staff)

미켈란젤로 프라마르티노 (각본) 필리페 보버 (제작자) 미켈란젤로 프라마르티노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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