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밤의 침묵 속, 깨어나는 진실들: <내가 누워있을 때>

2022년, 독립영화계에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선사한 최정문 감독의 첫 장편 <내가 누워있을 때>는 그 제목처럼 깊은 밤의 침묵 속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인간 내면의 진실들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입니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과 제24회 부산독립영화제에 초청되어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 영화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겪는 아픔과 상처,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연대와 치유의 과정을 밀도 높게 그려내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습니다.

우리의 삶 속에는 저마다의 이유로 깊숙이 감춰둔 비밀과 상처들이 존재합니다. 영화는 바로 그 비밀을 지닌 세 여인, 선아(정지인), 지수(오우리), 보미(박보람)의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직장 내 '유리천장'과 은밀한 관계로 고군분투하는 커리어우먼 선아, 과거 성 정체성으로 인한 아우팅의 상처로 타인과의 관계를 두려워하는 지수, 그리고 예기치 못한 비극적인 사고로 아이를 잃고 현실과 환상 사이를 헤매는 보미. 각기 다른 무게의 삶을 짊어진 이들은 지수의 부모님 산소를 찾아가는 길 위에서 뜻밖의 차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예정에 없던 낯선 곳에서의 하룻밤은 그들이 애써 외면했던 과거와 마주하게 되는 예상치 못한 계기가 됩니다. 좁은 모텔방, 낯선 풍경 속에서 세 사람은 서로의 내밀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시작하고, 그동안 숨겨왔던 아픔과 비밀은 조심스럽게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줄거리 요약을 넘어, 관객으로 하여금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인물들에게 깊이 공감하고 몰입하게 만듭니다.

<내가 누워있을 때>는 단순한 로드무비 형식을 넘어, 인물들의 내면 변화에 집중하는 '로드 드라마'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최정문 감독은 "죽음에 대한 애도뿐 아니라, 삶을 살아가면서 내 곁에 있던 사람들이 변해가고, 헤어지고, 그런 과정에서 느끼는 애도"라는 폭넓은 의미의 '애도'를 영화의 출발점으로 삼았다고 밝히며, 이 영화가 상실과 변화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던지는 질문임을 시사합니다. 정지인, 오우리, 그리고 고(故) 박보람 배우의 섬세하고 진정성 있는 연기는 각 캐릭터의 복잡한 감정선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박보람 배우의 첫 장편 영화 유작이라는 점은 영화에 대한 또 다른 의미와 아련함을 더합니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여성들이 겪는 현실을 조용히 폭로하면서도, 차별과 상실 속에서 피어나는 연대와 치유의 힘을 따뜻하게 조명하는 이 작품은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성찰의 시간을 선물할 것입니다. 오늘 밤, 힘든 하루를 보낸 모든 이들이 편안히 잠들 수 있기를 바라는 감독의 소망처럼, <내가 누워있을 때>는 지친 현대인에게 깊은 공감과 위안을 안겨줄 수작입니다. 우리가 홀로 감당해야 했던 밤들이 비로소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아침으로 바뀌는 순간을 스크린에서 직접 경험하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최정문

장르 (Genre)

드라마

개봉일 (Release)

2025-05-28

러닝타임

116분

연령등급

12세관람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주)시네마달

주요 스탭 (Staff)

최정문 (각본) 김일권 (제작자) 김혜림 (기획) 송혜령 (촬영) 최정문 (편집) 공혜경 (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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