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2023
Storyline
시간의 경계, 삶의 깊이를 묻다: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스크린 위, 일상이 흔들리는 순간의 파동을 섬세하게 포착해 온 장건재 감독이 신작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로 돌아왔습니다. 2023년 11월 8일 개봉한 이 영화는 단순히 한 인물의 서사를 따라가는 것을 넘어, 현실과 꿈, 그리고 삶과 죽음의 모호한 경계를 오가며 관객의 깊은 사유를 이끌어내는 드라마입니다.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걸작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에 대한 오마주를 표방하며, 중년 여성의 불안과 내면을 깊이 있게 탐색한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읍니다. 김주령 배우는 '오징어 게임'의 강렬한 '미녀'를 벗고, 사려 깊지만 속내를 쉬이 드러내지 않는 주희 역으로 돌아와 한층 담백하고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입니다.
영화는 연극과 교수 주희(김주령)가 유방에 악성 종양 가능성이 있다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으면서 시작됩니다. 병원 문을 나선 그녀는 5시부터 7시까지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 신변을 정리하기 위해 학교로 향하고, 그녀의 연구실에는 졸업을 앞둔 제자, 동료 교수, 과거의 인연 등 예상치 못한 이들이 차례로 찾아옵니다. 주희는 그들의 이야기에 묵묵히 귀 기울이지만, 자신의 불안한 현실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은 채 침묵합니다. 한편, 연극 연출가인 남편 호진(문호진)의 이야기가 주희의 시간과 교차되며 스크린을 채웁니다. 그는 중년 부부의 위기를 다룬 연극을 준비하며 고뇌하고, 극 속의 이야기는 현실의 주희와 호진 부부의 관계를 은유하는 듯한 섬세한 층위를 만들어냅니다. 두 개의 서사가 엇갈리는 가운데, 영화는 '5시부터 7시까지'라는 특정 시간축만을 남긴 채 현실과 비현실, 이야기와 연극의 경계를 점차 허물어뜨리며 몽환적인 매혹의 장으로 관객을 이끌어갑니다.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한 여인의 고요한 내면을 통해 삶의 보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장건재 감독은 과거와 현재, 현실과 상상력을 넘나드는 독특한 연출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주희의 이야기가 곧 우리 자신의 이야기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김주령 배우는 말없이 많은 것을 담아내는 주희의 복잡한 감정선을 섬세한 표정 연기와 절제된 움직임으로 완벽하게 소화해냈습니다. 삶의 한가운데서 뜻밖의 변곡점을 맞이한 이들에게, 혹은 일상 속에서 문득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영화는 조용하지만 강렬한 울림을 선사할 것입니다. 마치 버스 안에서 우연히 발견한 단편소설처럼, 관람 후에도 오래도록 가슴에 선명한 자국을 남길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드라마
개봉일 (Release)
2023-11-08
배우 (Cast)
러닝타임
76분
연령등급
12세관람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주)모쿠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