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흐릿한 심연 속, 예술가의 고뇌가 빚어낸 영감의 파동: 영화 '물안에서'

홍상수 감독의 29번째 장편 영화 '물안에서'는 제목만큼이나 모호하고 흐릿한 경계 속에서 예술가의 내면을 탐색하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2023년 개봉한 이 영화는 홍상수 감독 특유의 미니멀리즘 미학을 유지하면서도, 시각적으로 파격적인 시도를 감행하며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과 깊은 사유를 동시에 안겨줍니다. 마치 안개 낀 꿈처럼, 혹은 시력이 좋지 않은 이의 눈에 비친 세상처럼, 인물들의 윤곽선은 흐려지고 배경과 동등한 형상으로 존재합니다. 이러한 '아웃포커싱' 기법은 단순한 촬영 기법을 넘어 영화의 주제 의식을 관통하는 핵심 장치로 작용하며, 관객을 익숙하면서도 낯선, 신비로운 영화적 체험으로 이끌 것입니다.


영화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던 한 젊은 남자 '승모'(신석호 분)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그는 갑작스레 자신의 창조성을 증명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사비를 털어 직접 영화를 연출하겠다는 야심 찬 결심을 합니다. 같은 학교를 다녔던 두 선후배, '상국'(하성국 분)과 '남희'(김승윤 분)를 대동하고 돌과 바람이 거센 제주도의 한 섬으로 향한 세 사람. 그러나 막상 카메라를 들었지만, 무엇을 찍어야 할지 막막했던 승모는 매일매일 두 사람과 함께 섬 곳곳을 정처 없이 헤매고 다닙니다. 무수한 풍경 속에서 이야기는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그는 창작의 고통 속에서 방황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넓게 펼쳐진 해변에서 홀로 묵묵히 쓰레기를 줍고 있는 한 여인을 우연히 목격하게 됩니다. 그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은 승모는 용기를 내어 그녀와 짧은 대화를 나누고, 이 예기치 않은 만남을 통해 마침내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됩니다. 흐릿한 시선 속에 담긴 승모의 고단한 예술적 여정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요.


'물안에서'는 단순한 한 젊은 감독의 영화 만들기 여정을 넘어, 홍상수 감독 자신의 예술관과 인생관이 집약된 '작가의 변(Artist Statement)'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의도적으로 초점을 흐린 화면은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완벽하게 선명한 이미지 너머의 본질을 탐색하도록 관객을 초대합니다. 때로는 불친절하고 흐릿하게 느껴질지라도, 이 영화는 관객이 스크린에 달라붙어 능동적으로 보고 듣는 경험을 선사하며, 기억과 시간, 그리고 영화적 소통 방식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일깨웁니다. '물안에서'는 홍상수 영화의 팬들에게는 감독의 끊임없는 실험 정신을 다시금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며, 그의 작품 세계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예술과 삶의 경계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독특한 영화적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모호함 속에서 피어나는 명징한 메시지, '물안에서' 그 흐릿한 심연으로의 잠수를 추천합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홍상수

장르 (Genre)

드라마

개봉일 (Release)

2023-04-12

러닝타임

61분

연령등급

12세관람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주)영화제작전원사

주요 스탭 (Staff)

홍상수 (각본) 홍상수 (제작자) 홍상수 (프로듀서) 홍상수 (촬영) 홍상수 (편집) 홍상수 (음악) 김혜정 (동시녹음) 홍상수 (사운드(음향)) 김민희 (스틸) 김민희 (제작부) 김소령 (제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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