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손 2024
Storyline
전통의 무게, 장손의 선택: 흔들리는 계절의 집
때로는 가장 익숙하고 따뜻한 공간이 가장 첨예한 갈등의 장이 되곤 합니다. 오정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 <장손>(영제: House of the Seasons)은 바로 그러한 가족의 역설적인 풍경을 세밀하게 담아낸 수작입니다. 2023년 개봉하여 한국 독립영화계에 깊은 인상을 남기며 3만 3천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이 영화는,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관왕을 차지하는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서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영화는 무더운 여름, 대구의 한 고향집으로 온 가족이 모여들며 시작됩니다. 집안의 가업인 두부 공장을 이어받은 아버지와 그를 돕는 가족들, 그리고 서울에서 배우의 꿈을 키우는 집안의 장손 성진(강승호)이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귀향한 것이죠. 겉보기엔 평화롭고 단단해 보이는 두부처럼 견고해 보이던 가족들은 제사가 끝난 후 예상치 못한 균열을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입장을 내세우며 쌓아온 감정들이 폭발하고, 그 와중에 성진은 가업을 물려받지 않겠다는 충격적인 선언을 합니다. 이는 단순한 반항이 아닌, 전통과 개인의 욕망, 그리고 세대 간의 가치관 충돌이 응축된 순간입니다. 이어지는 계절의 흐름 속에서, 가족의 오래된 비밀들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이들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며 숨겨진 진실을 찾아가는 미스터리한 서사를 더합니다. 영화는 여름, 가을, 겨울 세 번의 가족 모임을 통해 가족 구성원 각자의 상실감과 해묵은 오해, 그리고 애증의 감정을 밀도 높게 그려냅니다.
오정민 감독은 실제 할머니의 죽음 이후 가족들의 갈등을 겪었던 개인적인 경험에서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밝히며, "가족이 마치 두부와 같다"는 비유를 통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전달합니다. 콩에서 두부가 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듯, 가족 역시 끊임없는 노력과 보살핌이 필요한 존재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장손>은 자극적인 사건에 기대기보다, 사려 깊은 시선으로 집안에 감도는 묘한 긴장감과 서서히 차오르는 우울감을 조용히 포착하는 연출이 돋보입니다. 이진근 촬영감독의 탁월한 미장센과 롱테이크 기법은 관객에게 가족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이 주는 claustrophobia(밀실 공포증)를 고스란히 전달하며, 인물들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게 합니다. 손숙, 우상전, 강승호, 차미경 등 베테랑 배우들의 압도적인 앙상블 연기는 각 캐릭터의 복잡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영화의 깊이를 더합니다.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오정민 감독의 말처럼, <장손>은 관객 개개인의 삶과 가족 관계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내는, 잊지 못할 영화적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느리게 타오르는 드라마 속에서 한국적 가족의 의미, 전통 가치관의 변화와 붕괴, 그리고 상실의 고통을 함께 느껴보고 싶은 관객들에게 이 영화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Details
러닝타임
121분
연령등급
12세이상관람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영화사 대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