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유어 아이즈 2024
Storyline
기억의 심연 속, 사라진 시네마의 정령을 찾아서: <클로즈 유어 아이즈>
거장의 귀환은 언제나 설렘과 경외감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무려 30여 년 만에 새로운 장편으로 돌아온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단순한 영화 한 편을 넘어, 한 예술가의 지극히 사적인 동시에 보편적인 성찰을 담은 거대한 서사입니다. 1973년 <벌집의 정령>으로 스페인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이래, 단 세 편의 걸작만을 남기고 긴 침묵에 잠겨 있던 그가 <클로즈 유어 아이즈>로 다시금 우리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2023년 칸 영화제 프리미어 섹션에서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은 평단의 뜨거운 찬사를 받았으며, 스페인 고야상 11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등 그 예술적 가치를 일찌감치 인정받았습니다.
영화는 1990년, 촬영 중이던 영화 '이별의 시선(The Farewell Gaze)'의 주연 배우 훌리오 아레나스(호세 코로나도 분)가 홀연히 사라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에서 시작됩니다. 그의 실종은 영화의 감독이자 훌리오의 친구인 미겔 가레이(마놀로 솔로 분)의 삶과 경력을 송두리째 멈춰 세웁니다. 20년이 넘게 미궁에 빠져 있던 이 사건은 2012년, '미해결 사건(Unresolved Cases)'이라는 TV 프로그램이 다시 조명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은둔 생활을 이어가던 미겔은 처음에는 돈 때문에 출연을 고사하지만, 사라진 친구의 행방을 좇는 과정에서 잊고 지냈던 과거의 잔영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의 탐색은 단순히 친구를 찾는 여정을 넘어섭니다. 낡은 필름, 먼지 쌓인 편집실, 그리고 버려진 극장을 헤매는 미겔의 발걸음은 마치 그 자신 내면에서 점차 소멸해가는 영화에 대한 열정, 즉 '시네마의 정령'을 찾아 헤매는 듯 보입니다. 특히, 에리세 감독의 데뷔작인 <벌집의 정령>에 아역으로 출연했던 아나 토렌트가 이 작품에서 다시 카메라 앞에 귀환하는 순간은 스크린과 현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가장 시적이고 감동적인 지점 중 하나로 다가옵니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기억과 망각, 정체성, 그리고 예술의 본질에 대한 심오한 탐구이자, 허구와 실제의 경계를 섬세하게 넘나드는 이야기입니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빅토르 에리세 감독이 오랜 침묵 끝에 내놓은 또 하나의 걸작으로, 시네필이라면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미스터리 드라마를 넘어,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마법 같은 힘, 기억이 현재를 구성하는 방식, 그리고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틋한 시선을 담아냅니다. 감독 특유의 사려 깊고 사색적인 연출은 약 3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을 고요하지만 강렬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이끌어갑니다. 마놀로 솔로, 호세 코로나도, 아나 토렌트 등 주연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 앙상블은 이 깊이 있는 서사에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습니다. 특히 호세 코로나도는 이 작품으로 고야상 남우조연상을, 아나 토렌트는 CEC 메달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그들의 열연을 입증했습니다. 서정적인 영상미와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 전개는 우리가 왜 영화를 사랑하는지, 그리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고 사라지는 모든 것들 속에서 무엇이 진정으로 남는지를 묻게 합니다. 사려 깊고 예술적인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클로즈 유어 아이즈>가 선사하는 잊을 수 없는 경험에 기꺼이 눈을 감고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Details
러닝타임
169분
연령등급
-
제작국가
스페인
제작/배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