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일상의 틈새에서 피어나는 생의 미학, <여행자의 필요>"

홍상수 감독의 31번째 장편 영화 <여행자의 필요>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일상 속에서 낯선 시선으로 삶의 본질을 탐색하는 특별한 여정을 선사합니다. 2024년 제74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한 이 작품은, 거장의 꾸준함과 깊어진 성찰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특히 홍상수 감독과 프랑스의 전설적인 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다른나라에서>, <클레어의 카메라>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라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이 영화는 이자벨 위페르의 독보적인 존재감과 홍상수 감독 특유의 미니멀리즘이 만나 만들어내는 독특한 시너지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영화는 한국에 불시착한 듯한 한 프랑스 여인, 이리스(이자벨 위페르 분)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그녀는 어디서 왔는지, 왜 이곳에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채 공원 벤치에 앉아 천진난만하게 피리를 불고 있습니다. 돈도 없이 막막한 현실 속에서 그녀는 두 명의 한국 여성, 원주(이혜영 분)와 한 젊은 여성(김승윤 분)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리스의 교수법은 사뭇 기묘합니다. 교과서 대신 대화와 감정 교류를 통해 학생들이 내면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게 하고, 그 순간의 감정을 프랑스어로 옮겨 적은 카드를 건네는 방식은, 언어 학습을 넘어 삶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죠. 맨발로 땅을 걷고, 돌 위에 누워 휴식을 취하며, 최대한 사실에 기반한 삶을 살려고 애쓰는 그녀의 모습은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비범하게 다가옵니다. 고단한 현실 속에서 매일 막걸리 한 잔으로 위안을 얻는 이리스의 여정은 관객들에게 삶의 진정한 '필요'가 무엇인지 조용히 질문을 던집니다.


<여행자의 필요>는 홍상수 감독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인 ‘느슨하지만 깊이 있는’ 대화와 ‘반복 속의 변주’를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리스라는 이방인의 눈을 통해 한국이라는 낯선 공간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관계, 그리고 언어의 장벽 속에서 피어나는 미묘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포착해냅니다. 이자벨 위페르는 신비로우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이리스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예측 불가능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이혜영, 권해효, 조윤희 등 홍상수 사단의 베테랑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이리스의 여정에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습니다. 이 영화는 거창한 사건이나 극적인 갈등 대신, 삶의 작은 순간들과 그 안에서 발견되는 깨달음에 집중합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겪는 '삶이라는 여행' 속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고단함 속에서 어떻게 평온을 찾아야 하는지 이리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9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담긴 이 아름다운 드라마는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줄 것입니다. 홍상수 감독 특유의 건조한 유머와 함께 삶의 깊은 여운을 선사하는 <여행자의 필요>는 극장을 나서는 당신의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드라마

개봉일 (Release)

2024-04-24

배우 (Cast)
러닝타임

90분

연령등급

12세관람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주)영화제작전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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