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죽음마저 유쾌하게 끌어안은, 삶의 찬가 <행복한 장의사>"

1999년 한국 영화계에 잊을 수 없는 미소와 묵직한 여운을 남긴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장문일 감독의 데뷔작 <행복한 장의사>입니다. 장의사라는 다소 어둡고 엄숙한 소재를 유쾌하고 따뜻한 코미디 드라마로 풀어낸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장의사'라는 제목 때문에 새해 첫날 개봉에 난색을 표하는 극장들로 인해 개봉이 1주일 연기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역설적인 상황이 오히려 영화가 지닌 독특한 매력을 더욱 부각하는 계기가 되었죠. 임창정, 오현경, 김창완, 정은표 등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져 죽음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통찰력 있으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냅니다. <행복한 장의사>는 제24회 카이로 국제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전라도의 한 평화로운 작은 읍내, 낙천면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 마을은 무려 10년 동안 아무도 죽지 않은 기묘한 곳이죠. 어느 비바람 치는 저녁, 두 젊은이가 낙천면으로 흘러들어옵니다. 한 명은 서울에서 빚을 지고 고향 할아버지에게 온 손주 재현(임창정 분)이고, 다른 한 명은 하는 일마다 실패하고 자살까지 시도하다 이 마을에 정착하려는 판철구(김창완 분)입니다. 장판돌 노인(오현경 분)은 대대로 이어온 장의사를 운영하며 "사람은 마지막 떠날 때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법"이라며 장의일을 천직으로 여기지만, 재현은 장의사를 팔아 오락실을 차릴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불호령에 재현은 마지못해 장의 일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한편, 철구는 여관 간판을 보고 운명처럼 장의일을 배우기로 결심하고, 곰다방 미스 황을 쫓아다니는 동네 수퍼집 아들 대식(정은표 분)도 어영부영 장의 수업에 합류하게 됩니다. 할아버지는 이 세 명의 제자들에게 혹독한 장의 교육을 시키려 하지만, 10년째 죽음이 없는 마을에서는 연습조차 쉽지 않습니다. 답답한 철구는 직접 홍보 전단까지 만들어 병원에 돌리며 '영업'에 나서는 기상천외한 발상을 하기에 이릅니다. 마침내, 공동묘지 옆 성성리에서 혼자 살던 과부의 자살 소식이 들려오고, 세 얼간이의 좌충우돌 첫 장의가 시작됩니다. 시체를 보자마자 기절하는 재현, 뒤로 자빠지는 철구, 그리고 그 와중에 과부의 금니에만 관심을 두는 대식까지. 첫 경험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입니다. 하지만 이들을 통해 할아버지의 본격적인 장의 수업이 시작되지만, 세 사람은 여전히 각자의 딴생각으로 가득합니다. 재현은 여전히 오락실을 꿈꾸고, 돈에 혈안이 된 철구는 다음 죽음을 애타게 기다리며, 대식은 오직 '처녀'의 죽음만을 염원합니다. 과연 장판돌 노인은 이 세 명의 동상이몽 장의사 견습생들을 제대로 된 후계자로 키워낼 수 있을까요?

<행복한 장의사>는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는 독특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세 명의 개성 강한 젊은이들이 죽음을 대하는 천연덕스럽고 때로는 불경하기까지 한 태도는 관객들에게 예측 불허의 웃음을 선사합니다. 특히 임창정, 김창완, 정은표 배우의 맛깔나는 코믹 연기는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죽음을 단순히 슬픔이나 공포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삶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이자 또 다른 시작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도록 우리를 이끕니다. 한 편의 수채화 같은 담백한 영상미와 사람 냄새 가득한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삶과 죽음, 그리고 그 경계에 선 인간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무거운 주제를 기분 좋은 웃음과 따뜻한 감동으로 버무려낸 <행복한 장의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지며, 지친 일상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싶은 관객들에게 작은 위로와 깊은 성찰을 선물할 것입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드라마,코미디

개봉일 (Release)

2000-01-08

배우 (Cast)
러닝타임

101분

연령등급

18세관람가(청소년관람불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우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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