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오브 어스 2000
Storyline
사랑과 증오 사이, 그 흔들리는 결혼의 '우리 이야기'
영화는 때로 환상을 속삭이지만, 또 다른 때에는 지독히 현실적인 민낯을 드러냅니다. 1999년 롭 라이너 감독이 선보인 <스토리 오브 어스>는 바로 후자에 속하는 작품입니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로 로맨스 코미디의 전설을 쓴 감독이기에 더욱 눈길을 끄는 이 영화는, 브루스 윌리스와 미셸 파이퍼라는 당대 최고의 스타들을 내세워 결혼 15년 차 부부의 끝나가는 듯한 사랑 이야기를 펼쳐냅니다. 달콤한 로맨스 대신 쓴맛 나는 현실을 담아낸 이 작품은, 부부 관계의 복잡미묘한 감정선을 탐구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안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소설가 벤(브루스 윌리스)과 크로스워드 퍼즐 출제자 케이티(미셸 파이퍼)는 한때 불꽃같은 사랑에 빠져 결혼했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 그들의 관계는 점차 다른 형태로 변해갑니다. 처음엔 매력적으로 보였던 상대의 버릇이나 성격이 이젠 참을 수 없는 단점으로 다가오고, 질서정연하고 완벽주의적인 케이티는 덜렁대고 낙천적인 벤의 철부지 같은 모습에 지쳐갑니다. 현실적인 문제들을 외면하는 벤에게 케이티는 점점 더 멀어지고, 결국 서로에 대한 애정이 식었다고 느낀 두 사람은 아이들이 여름 캠프에 간 사이, 잠시 별거를 결정하게 됩니다. 과연 이들의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게 될까요, 아니면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까요? 영화는 이들의 결혼 생활을 비선형적인 회상과 인물들이 카메라를 직접 응시하며 이야기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담아냅니다.
<스토리 오브 어스>는 개봉 당시 비평가들로부터 '예측 가능하고 지루하다'거나 '주연 배우들 사이에 케미스트리가 부족하다'는 등 엇갈린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쩌면 너무나도 현실적인 결혼 생활의 '민낯'을 그려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싸움이 대화의 유일한 조건이 되고, 사랑했던 감정조차 증오로 변했다가 다시 무미건조한 상태로 흘러가는 부부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씁쓸한 공감을 자아냅니다.
미셸 파이퍼와 브루스 윌리스는 서로를 향한 애증과 오랜 결혼 생활의 피로감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마냥 로맨틱하지만은 않은 중년 부부의 초상을 만들어냅니다. 이 영화는 해피 엔딩을 맹신하는 낭만주의자와 현실의 벽 앞에서 지쳐가는 완벽주의자, 두 상반된 인물이 '우리'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아가는 과정의 어려움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어쩌면 진정한 결혼이란 사랑의 환상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내하고 받아들이는 지난한 과정임을 이야기하는지도 모릅니다. <스토리 오브 어스>는 완벽하지 않기에 더욱 현실적인 부부의 모습을 통해, 관계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곱씹어보게 만드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Details
러닝타임
95분
연령등급
15세관람가
제작국가
미국
제작/배급
캐슬 락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