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 레이터: 인 노 그레이트 허리 2021
Storyline
느리게 걷는 삶이 선물한 풍경: 사울 레이터의 은밀한 아름다움에 대하여
때로는 위대한 예술이 번잡한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 조용히 피어난다. 2013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사울 레이터: 인 노 그레이트 허리(In No Great Hurry: 13 Lessons in Life with Saul Leiter)'는 바로 그런 예술가의 삶을 섬세하게 조명한다. 영화 '캐롤'의 토드 헤인즈 감독이 시각적 영감을 받았다고 밝히며 다시금 회자된 사진가 사울 레이터. 그는 50년대 뉴욕의 활기 넘치는 일상을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담아내며 '컬러 사진의 선구자', '뉴욕의 전설'이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정작 본인은 80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은둔의 예술가였다. 이 영화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혹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쉽게 간과해 온 삶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조용한 울림을 선사한다.
영화는 랍비가 되기를 바랐던 유대교 집안의 기대와 달리 회화를 꿈꾸다 결국 카메라를 손에 든 사울 레이터의 여정을 따라간다. 그는 무려 5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뉴욕 로어 이스트 사이드, 혹은 이스트 빌리지라 불리는 자신의 동네를 벗어나지 않고 평범한 거리와 그 속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특별한 목적이나 원대한 야망 없이, 그저 세상을 관찰하고 순간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행위 자체에 몰두했던 그의 삶은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카메라 너머로 흐릿하게 번지는 유리창의 빗방울, 누군가의 우산 끝자락, 그림자와 빛이 만들어내는 추상적인 풍경 등, 그의 작품들은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찰나의 마법을 보여준다. 영화는 이제 80대 노인이 된 사울 레이터가 자신의 어수선한 아파트에서 지난 세월을 회고하며 들려주는 '인생의 13가지 교훈'을 따라가며, 그의 겸손하고 유머러스하며 때로는 신경질적인 면모까지도 가감 없이 담아낸다. 세상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자신만의 시선을 지켜온 한 예술가의 담담하지만 깊이 있는 철학은 스크린을 통해 관객의 마음에 잔잔하게 스며든다.
'사울 레이터: 인 노 그레이트 허리'는 단순히 한 사진가의 일대기를 쫓는 다큐멘터리를 넘어선다. 복잡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혹은 잊고 지냈던 '멈춰 서서 바라보는' 삶의 태도를 일깨운다. 영화는 화려한 미사여구나 극적인 전개 대신, 사울 레이터의 고요하고 명상적인 작업 방식처럼 차분하고 관조적인 분위기로 흐른다. 그의 사진들이 주는 '수채화 같은 따뜻함'처럼, 이 영화는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어루만진다. 사진 예술에 관심 있는 이들뿐만 아니라, 진정한 삶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내 주변의 작은 것들에서 찾아보고 싶은 모든 이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거장이라는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단한 철학은 없다. 카메라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던 겸손한 예술가의 시선을 통해, 당신의 일상 또한 특별한 영감으로 가득 찬 아름다운 풍경이 될 수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마치 그의 작품이 2006년 'Early Color' 출간 이후 뒤늦게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것처럼, 이 영화는 서두르지 않는 삶의 가치를 되새기며 오래도록 당신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