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잊힌 우물 속에서 길어 올린 삶의 연대기: <열 개의 우물>

김미례 감독의 여섯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 <열 개의 우물>은 2024년 10월 30일 개봉하며 우리 사회의 깊은 곳에 자리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수면 위로 길어 올립니다. 1980년대 인천의 빈민 지역에서 오직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내야 했던 여성들과, 그들의 아이들을 돌보며 공동체를 이룬 또 다른 여성들의 역사를 섬세한 시선으로 조명하는 작품입니다. 제1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주여성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되며 이미 평단의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잊고 지냈던 '돌봄'과 '연대'의 가치가 어떻게 이 사회를 지탱해왔는지를 묻는 김미례 감독 특유의 진중한 질문이 담겨 있습니다.


영화는 1980년대 인천 만석동, 화수동, 십정동 같은 달동네에서 펼쳐졌던 여성들의 삶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먹고 살기 위해 온갖 부업을 마다하지 않았던 노동자 여성들, 그리고 그들의 아이를 위해 기꺼이 품을 내어주었던 돌봄 활동가 여성들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감독은 김현숙의 도움으로 당시를 함께했던 여러 여성들과 연결되고, 그중에서도 거침없는 입담과 푸근한 인상으로 감독의 발길을 이끌었던 안순애를 가장 먼저 찾아 나섭니다. 영화는 이들의 지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생존을 위한 투쟁이자 빈민 운동, 노동 운동, 여성 운동의 한 축이었던 '탁아 운동'이라는 숨겨진 역사를 발굴합니다. “열 개의 우물”이라는 제목은 인천 십정동이라는 지명을 뜻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역 사회를 살리는 데 필수적인 활동가 여성들을 우물에 비유한 것으로, 희망을 길어 올린 여성들의 끈끈한 공동체 정신을 상징합니다. 김미례 감독은 인터뷰와 아카이브 자료, 그리고 현재의 풍경을 교차하며 과거와 현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사회 변혁 운동 속에서 남성들에게 가려졌던 여성들의 활동이 어떻게 이 사회의 근간을 이루었는지 보여줍니다.


거대 서사의 뒤편에 가려져 있던 여성들의 삶과 그들의 조용하지만 획기적이었던 헌신에 대한 진정한 헌사인 <열 개의 우물>은, 82분 남짓한 상영 시간 동안 관객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 특히 각자도생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서로를 소중히 바라보고 기꺼이 손을 내밀었던 공동체의 따뜻한 마음을 환기하며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는 무엇인지 되묻게 합니다. 역사 속에서 지워졌던 이름을 불러내고, 그들의 목소리를 온전히 담아내려는 감독의 따뜻하면서도 집요한 시선은, 우리 사회의 견고한 토대를 만든 '바닥의 힘'에 대한 존경과 경외심으로 이어집니다. <열 개의 우물>은 단순히 한 시대의 기록을 넘어, 강인한 여성들의 연대와 돌봄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사유와 진정한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강력한 다큐멘터리입니다. 역사의 숨겨진 진실에 목마른 관객이라면, 이 영화가 길어 올린 생명수 같은 이야기를 놓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다큐멘터리

개봉일 (Release)

2024-10-30

배우 (Cast)
러닝타임

82분

연령등급

12세이상관람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감 픽쳐스

Reviews & Comments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