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책장 너머 펼쳐지는 욕망과 환상의 교향곡: '책 읽어주는 여자'

미셸 드빌 감독의 1988년 작 '책 읽어주는 여자(Le Lectrice)'는 단순한 영화를 넘어 문학적 상상력과 인간 본연의 욕망이 어우러진 한 편의 우아한 시청각 체험을 선사합니다. 프랑스 영화 특유의 섬세함과 대담함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개봉 당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적인 유희와 감각적인 매력으로 평단과 관객 모두를 사로잡았습니다.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1988년 루이 들뤽상 수상, 9개 부문 세자르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이 영화는, 고전 문학의 향연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 군상의 내밀한 이야기를 유려하게 펼쳐 보입니다.

영화는 책 읽기를 사랑하는 콘스탄스(미우 미우 분)가 연인에게 '책 읽어주는 여자'라는 소설을 읽어주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소설 속으로 깊이 빠져들던 콘스탄스는 어느새 자신을 소설의 주인공 '마리'와 동일시하며, 마리의 삶을 상상하기 시작합니다. 소설 속 마리는 "젊은 여성이 댁에서 책을 읽어드립니다"라는 광고를 통해 독특한 의뢰인들을 만나게 됩니다. 반신불수의 미소년 에릭에게는 모파상의 '머리카락'을, 이기심 많은 장군의 미망인에게는 톨스토이의 대작 '전쟁과 평화'를, 일에 매몰된 고독한 사장에게는 마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을 읽어주며 각자의 내면을 어루만집니다. 여섯 살 소녀에게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순수한 상상의 세계를 열어주는가 하면, 한 퇴역 판사의 서재에서는 마르키 드 사드의 충격적인 작품 '소돔의 120일'을 읽으며 예상치 못한 에로틱한 요구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마리는 책을 통해 그들의 결핍과 욕망을 마주하고, 때로는 자신조차 경계를 허물며 책 속 인물들과 현실 인물들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넘나들게 됩니다.

'책 읽어주는 여자'는 단순히 책을 읽어주는 행위를 넘어, 문학이 가진 치유의 힘, 상상력의 경이로움, 그리고 인간 내면의 다채로운 면모를 탐구합니다. 마리가 여러 인물에게 책을 읽어주며 그들의 감정 속으로 침잠하는 과정은, 관객으로 하여금 이야기와 현실, 욕망과 환상의 경계가 얼마나 쉽게 허물어질 수 있는지를 직접 경험하게 합니다. 로저 이버트 평론가는 이 영화를 "상상력을 자극하는 관능적인 영화"라고 평하며, 독자가 책 속 인물이 되고, 관객이 그 인물에 이입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했다고 극찬했습니다. 지적인 즐거움과 함께 은은한 관능미를 선사하는 이 작품은 책과 영화가 줄 수 있는 최고의 매력을 동시에 선사하며, 문학적 소양과 예술적 감수성을 동시에 충족시키고자 하는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길 것입니다. 독특한 서사 구조와 배우 미우 미우의 뛰어난 연기가 어우러진 '책 읽어주는 여자'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고전의 가치를 증명하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매혹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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