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목소리 -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1995
Storyline
"기억의 울림, 침묵을 깬 낮은 목소리가 역사를 직시하게 하다"
1995년 개봉작 <낮은 목소리 –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단순한 다큐멘터리를 넘어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변영주 감독의 손끝에서 탄생한 이 영화는 척박한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 환경 속에서도 일반 극장에서 개봉한 한국 최초의 다큐멘터리라는 빛나는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이는 단지 기술적 성과를 넘어, 오랫동안 외면받았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울려 퍼지게 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직면해야 할 아픈 역사를 끌어안는 용감한 시도였습니다. 이 영화는 이후 <낮은 목소리> 3부작의 첫 시작을 알렸으며, 동시에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광범위한 주제를 탐색하는 연작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1993년 12월 23일, 100번째 수요 시위가 열리는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작됩니다.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할머니들의 굳건한 외침은 역사의 무게를 고스란히 전달합니다. 이후 카메라는 김순덕, 박옥련, 이영숙, 박두리, 강덕경, 송판임 할머니 등, ‘나눔의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여섯 분의 일상으로 시선을 옮깁니다. 그곳에서 할머니들은 단순히 과거의 피해자가 아닌, 그림을 배우고 서로의 아픔을 나누며 연대하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때로는 의견이 엇갈리기도 하지만, 함께 토론회와 공청회에 참여하며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
영화는 나아가 중국 무한에 남겨진 또 다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찾아갑니다. 열일곱에 끌려가 스무 명이 넘는 일본군을 받아야 했던 하군자 할머니, 성기가 작다는 이유로 강제 수술을 당했던 홍강림 할머니, 딸에게 '부끄러운' 과거를 고백하며 눈물 흘리는 김 할머니 등, 국경을 넘어 이어진 비극과 현재까지 이어지는 고통이 스크린에 생생하게 담깁니다. 이들의 낮은 목소리는 한일 관계라는 정치적 프레임을 넘어, 여성으로서 겪어야 했던 참혹한 인권 침해의 본질을 꿰뚫어 봅니다. 1994년의 마지막 수요 시위, 그리고 함께 맞는 송년회 장면은 할머니들의 지난한 싸움과 그럼에도 꺼지지 않는 희망을 보여주며 영화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낮은 목소리>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감독의 깊은 문제의식과 여성주의적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위안부"라는 용어 뒤에 가려졌던 개개인의 얼굴과 삶, 그리고 그들이 스스로 역사의 주체로 거듭나는 과정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다큐멘터리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1995년 야마가타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뉴 아시안 흐름 상(오가와 신스케 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한국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 역사에 이정표를 세운 작품으로 꾸준히 언급되고 있습니다. 30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할머니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될 과거이자,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기억해야 할 뜨거운 용기의 기록입니다. 침묵을 깨고 세상에 던져진 이 낮은 목소리를, 지금 다시 한번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때입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다큐멘터리
개봉일 (Release)
1995-04-29
배우 (Cast)
러닝타임
93분
연령등급
연소자관람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기록영화제작소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