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사진 한 장, 42년의 침묵을 깨고 진실을 호명하다: 다큐멘터리 '김군'

1980년 5월, 광주의 뜨거운 거리 위에서 카메라에 포착된 한 청년의 모습은 시간이 흐르며 끊임없이 왜곡과 진실의 경계에서 흔들려 왔습니다. 보수 논객 지만원 씨에 의해 '5·18 북한군 개입설'의 핵심 증거이자 이른바 '제1 광수'로 지목되며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는 데 악용되었던 그 사진 속 인물. 강상우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은 바로 이 한 장의 사진에서 출발해 40여 년간 가려져 있던 진실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여정을 담아낸 걸작입니다.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은 2018년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2019년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감독상, 2020년 들꽃영화상 대상을 비롯한 유수의 영화제에서 평단의 극찬과 수많은 상을 받으며 그 작품성과 역사적 중요성을 인정받았습니다. 특히 영화가 개봉한 지 한참 지난 2022년 5월, 영화의 영향으로 사진 속 '김군'이 실제 인물 차복환 씨로 확인되는 경이로운 성과를 이루어내며 다큐멘터리의 힘이 현실에 미치는 놀라운 파급력을 증명하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촬영된 무장 시민군의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매서운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이 청년은 지만원 씨의 주장에 의해 5·18을 배후 조종한 북한군 '제1 광수'라는 오명을 쓰게 됩니다. 감독은 이 허황된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진 속 희미한 단서들을 좇아 청년의 행방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광주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80년대 세대의 시선으로, 감정적 울분보다는 질문과 탐색의 시각으로 접근하려 한 감독의 의도는 영화에 깊이를 더합니다. 사람들은 그를 기억하지 못하고,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간신히 알게 된 것은 그가 넝마주이 '김군'이었다는 사실뿐입니다. 감독은 수많은 광주 시민들을 만나 그들의 파편적인 기억을 모으고, 오래된 자료들을 촘촘히 엮어갑니다. "김군"이라는 인물이 북한군이 아니라 평범한 광주 시민이었음을 보여주는 수많은 증언과 정황들이 하나둘씩 맞춰지면서, 영화는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왜곡하려는 시도에 맞서 잊혀 가던 개인의 존엄을 복원하는 서사로 확장됩니다. 이 추적의 과정은 단순한 인물 찾기를 넘어, 잘못된 역사 인식이 어떻게 한 개인의 삶과 역사를 지워버리는지를 묵묵히 고발합니다.


'김군'은 5·18 민주화운동의 가슴 아픈 역사를 다루면서도, 감성에 호소하기보다는 냉철하고 집요한 시선으로 진실에 다가서는 다큐멘터리 본연의 미덕을 충실히 보여줍니다. 감독 강상우의 섬세한 연출은 마지막 순간까지 숨죽이게 만드는 긴장감을 선사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도록 이끕니다. 영화가 공개된 후에도 계속된 사회적 반향은 마침내 사진 속 인물의 신원이 42년 만에 '차복환' 씨로 밝혀지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주었으니, 이 다큐멘터리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살아있는 역사가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한 장의 사진에 덧씌워진 거짓을 걷어내고, 익명의 시민이 가졌던 이름을 되찾아주는 '김군'은 우리 사회에 5월 광주의 의미를 되묻고, 역사의 진실을 올바르게 기억해야 할 책임을 일깨웁니다. 5·18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세대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줄, 현재진행형의 의미를 가진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다큐멘터리 중 하나로 강력히 추천합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다큐멘터리

개봉일 (Release)

2019-05-23

배우 (Cast)
러닝타임

85분

연령등급

12세관람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1011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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