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나의것 2024
Storyline
"광기, 욕망, 그리고 무자비한 본능의 기록: 이마무라 쇼헤이의 <복수는 나의 것>"
영화사의 거장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 10여 년간의 공백을 깨고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한 작품, 바로 1979년작 <복수는 나의 것>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범죄 영화를 넘어, 한 연쇄살인범의 무자비한 행적을 통해 인간 내면의 가장 깊고 어두운 본성을 탐구하는 하드보일드 드라마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실제 일본을 충격에 빠뜨렸던 연쇄살인범 니시구치 아키라의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사키 류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이마무라 감독 특유의 냉철하고 적나라한 시선으로 전후 일본 사회의 어둡고 혼란스러운 풍경과 그 속에서 발버둥 치는 인간 군상을 조명합니다. 도덕이나 법률 같은 사회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주인공의 광기 어린 행보는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충격과 함께 깊은 성찰을 요구합니다.
영화는 에노키즈(오가타 켄 분)가 체포되는 장면으로 시작되지만, 그의 이야기는 선형적으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대신 과거와 현재를 교묘하게 오가며, 그가 저지른 잔혹한 살인과 사기 행각,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도피의 여정을 퍼즐처럼 맞춰나갑니다. 그는 두 명의 남자를 살해한 후 검거되지만, 범행 동기를 묻는 경찰의 심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며 결국 탈주를 감행합니다. 이후 에노키즈는 대학 교수나 변호사 행세를 하며 전국을 떠돌고, 무려 78일 동안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며 대담한 범죄를 이어갑니다. 도피 중 만난 여관 주인 하루와 위험한 관계에 빠지기도 하는데, 하루는 그의 정체를 알고도 그를 숨겨주는 기이한 사랑을 보여줍니다. 이마무라 감독은 이 과정을 통해 폭력과 섹스에 탐닉하는 살인자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닌 모순과 욕망의 끝없는 심연을 냉정하게 해부합니다. 영화는 살인범의 동기를 명확히 제시하기보다, 그가 어째서 그러한 괴물이 되었는지, 그리고 일본 사회가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관객으로 하여금 답을 찾게 만듭니다.
<복수는 나의 것>은 개봉 당시 일본 내에서 "올해의 최고 영화"로 선정될 만큼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으며,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영화 세계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 작품입니다. 특히 주인공 에노키즈를 연기한 오가타 켄은 소름 끼치도록 섬뜩하면서도 묘하게 인간적인 연기로 이마무라 감독이 그려내고자 했던 복합적인 인물상을 완벽하게 구현해냈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영화는 불편하고 잔혹한 장면들을 가감 없이 보여주지만, 이는 단순히 자극적인 묘사를 위함이 아닙니다. 대신 인간 본연의 어두운 측면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하게 함으로써,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박찬욱, 봉준호 등 한국의 거장 감독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진 이 작품은, 범죄 스릴러의 장르적 쾌감을 넘어 인간 심리와 사회 비판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수작입니다.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강렬한 경험을 선사할 이 영화를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