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멋대로 해라 1992
Storyline
사랑과 비극, 그 경계에 선 청춘의 초상: 영화 '네 멋대로 해라'
1991년,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시선과 열정을 담아낸 한 편의 영화가 등장했습니다. 오석근 감독의 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는 드라마와 멜로/로맨스 장르의 교차점에서 방황하는 청춘의 모습을 그려내며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 작품은 1989년 젊은 영화학도들이 모여 결성한 독립 프로덕션 '영화공장 서울'에서 기획, 제작되었는데, 프랑스 누벨바그의 대표작인 장 뤽 고다르 감독의 동명 영화를 한국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려는 야심 찬 시도였다고 전해집니다. 당대의 사회적 배경 속에서, 사랑과 우정, 그리고 비극적 운명에 맞선 젊은이들의 격정적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영화는 이태원을 배경으로 한 작은 조직의 일원이지만,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영혼을 지닌 준영(박준규)의 삶을 조명합니다. 그는 친구 민우와 함께 보내는 소박한 시간들을 더 소중히 여기며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맑고 청순한 분위기의 일본인 유학생 아사꼬(이혜진)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서 어린 시절 헤어진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며 강렬하게 끌립니다. 준영은 거칠게 살아왔던 자신의 삶과는 다른 아사꼬의 세계에 점차 물들어 가려 애쓰고, 처음엔 당황하던 아사꼬 역시 준영의 진실한 마음에 점차 깊은 애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이들의 풋풋한 사랑은 준영이 속한 조직의 음모와 배신으로 인해 위기에 직면합니다. 친구 민우는 준영을 구하려다 대신 죽음을 맞이하고, 준영은 친구의 희생에 대한 죄책감과 조직에 대한 복수심으로 인해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준영과의 행복한 여행만을 꿈꾸던 아사꼬는 부산에 이르러서야 잔혹한 현실과 마주하게 되고, 두 사람은 슬픈 이별을 고합니다. 홀로 남겨진 준영은 조직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그의 마지막 순간은 아사꼬와 엄마의 얼굴이 아른거리는 가운데 희미해집니다.
<네 멋대로 해라>는 단순한 멜로 영화를 넘어, 삶의 부조리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선택과 그로 인한 비극을 깊이 있게 다룹니다. 오석근 감독은 이 영화에서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합성을 통한 참신한 전개와 16mm 필름을 35mm로 확대하는 등 실험적인 영상미를 선보이며 당대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박준규, 이혜진, 주원성 등 주연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불안정한 시대에 갈 곳 잃은 청춘의 고뇌와 순수한 사랑의 애틋함을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비록 개봉 당시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 영화는 한국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던 90년대 초의 도전 정신과 독립 영화의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작품입니다. 뻔한 로맨스가 아닌, 예측할 수 없는 운명 앞에서 고뇌하고 절규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잊히지 않을 여운을 선사할 것입니다. 90년대 한국 영화의 숨겨진 보석 같은 이 작품을 통해, 사랑과 비극이 교차하는 청춘의 시간을 재조명해 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Details
러닝타임
90분
연령등급
고등학생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영화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