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생명을 잉태한 땅, 욕망이 피어난 비극의 종자골

1989년, 스크린에 강렬한 파문을 던진 방순덕 감독의 사극 영화 <종자골>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를 넘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과 그로 인한 비극을 날카롭게 응시하는 작품입니다. 메마른 땅 위에 피어난 생명에 대한 갈망, 그리고 그 갈망이 광기로 변해가는 과정을 숨 막히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주연 배우 강인덕과 성미진의 혼신을 다한 연기는 인물들의 복잡다단한 심리를 고스란히 전달하며, 관객들을 종자골이라는 폐쇄적인 공간 속으로 끌어당깁니다.


이야기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저주받은 땅, '종자골'에서 시작됩니다. 모두가 희망을 버리고 떠나버린 이 버림받은 마을에, 대처에서 송대물(강인덕 분)과 봉녀가 새로운 삶을 찾아 들어옵니다. 대를 잇지 못해 애태우던 마을의 이첨지는 송대물을 자신의 며느리 방에 들여보내 아이를 갖게 하려 하고, 기어코 며느리가 임신을 하면서 마을에는 알 수 없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합니다. 이는 단순한 소문이 아닌, 생존과 번식이라는 거대한 명분 아래 노인들이 꾸미는 잔혹한 음모의 서막이었습니다. 송대물은 마을의 기대와 욕망 속에서 점차 변해가고, 이를 지켜보던 봉녀는 깊은 실망감에 휩싸입니다. 급기야 과수댁마저 임신을 하는 지경에 이르자,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이첨지의 며느리는 비극적인 선택을 하고 맙니다. 대를 잇고자 했던 마을의 허망한 꿈은 한 여인의 죽음으로 무너져 내리고, 마을 사람들은 결국 송대물을 없애려 합니다. 그때, 고향을 떠났던 순녀가 돌아와 마을의 참혹한 사정을 알게 되고, 그녀는 고향을 위한 처절한 희생을 결심하며 권총으로 송대물을 쏘아 버립니다. 경성에서 헌병대장을 살해하고 미국으로 가기 전 어머니를 만나러 왔던 순녀는, 자신의 고향을 구원하기 위해 비극적인 운명을 감당합니다.


<종자골>은 봉건적 사회의 뒤틀린 욕망과 그 속에서 희생당하는 인간 군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대를 이어야 한다는 강박이 어떻게 한 마을을 광기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개인의 존엄성을 파괴하는지 섬뜩하게 그려냅니다. 1980년대 후반 한국 영화계에서 드물게 시도된 강렬한 주제 의식과 거침없는 연출은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던지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당시의 사회상과 인간 본연의 욕망, 그리고 그에 따른 비극적인 대가를 탐구하고자 하는 관객이라면 <종자골>이 선사하는 날 것 그대로의 서사에 분명 매료될 것입니다. 강렬한 드라마와 잊히지 않을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비극적인 아름다움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울림을 전합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사극

개봉일 (Release)

1990-10-02

배우 (Cast)
러닝타임

89분

연령등급

연소자불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동아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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