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열정의 춤, 혹은 미쳐버린 사랑의 기록: 레오스 카락스 <나쁜 피>

1986년, 프랑스 영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두 번째 장편 <나쁜 피>는 단순한 드라마나 멜로/로맨스라는 장르적 틀을 넘어선다. 당대 뤽 베송, 장 자크 베넥스 등과 함께 '누벨 이마주'라 불리며 새로운 영상 미학을 선보였던 카락스 감독의 초기작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흔적을 남긴 이 영화는, 파리의 숨 막히는 여름밤을 배경으로 청춘의 방황과 치명적인 사랑, 그리고 절박한 욕망을 감각적인 이미지로 직조해낸다. 세기말적 정서가 짙게 드리워진 도시에서 펼쳐지는 젊음의 초상은 시대를 초월하여 오늘날의 관객에게도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때는 핼리 혜성이 지구에 근접하며 기이한 열기로 가득 찬 파리, 애정 없는 관계를 통해 감염되는 치명적인 불치병 'STBO 바이러스'가 창궐하여 도시는 혼란에 휩싸인다. 이 묵시록적인 배경 속에서, 갱단원인 알렉스(드니 라방)의 아버지가 지하철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한다. 언론은 자살로 치부하지만, 아버지의 동료 마크(미셀 피콜리)는 미국 갱단의 소행임을 직감하고 자신 또한 위협받을 것이라는 공포에 사로잡힌다. 그는 필사적으로 STBO 바이러스 백신 연구소를 털어 해외로 반출할 계획을 세우고, 이 위험천만한 임무를 위해 손재주 좋은 알렉스에게 접근한다. 그러나 계획을 준비하던 중, 알렉스는 마크와 동거하는 신비로운 여인 안나(줄리엣 비노쉬)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고 만다. 아버지뻘 되는 마크만을 사랑하는 안나의 차가운 거절에도 불구하고, 알렉스의 마음은 격정적으로 타오르기 시작한다. 바이러스 백신을 손에 넣은 알렉스, 이제 그는 생사를 건 탈출을 감행해야 하지만, 그의 심장은 이미 다른 갈망으로 뜨겁게 고동치고 있었다.


<나쁜 피>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나 로맨스를 넘어선다. 레오스 카락스 감독 특유의 시적이면서도 난해한 이미지들은 영화를 한 편의 거대한 비디오 아트처럼 느껴지게 한다. 특히 데이비드 보위의 'Modern Love'가 흐르는 가운데 드니 라방이 거리를 질주하는 장면은 영화사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자유를 향한 젊음의 갈망과 사랑의 고통이 뒤섞인 환각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22세 줄리엣 비노쉬와 드니 라방의 폭발적인 에너지는 불안하고 뜨거운 청춘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사랑과 죽음, 상실과 희망이라는 보편적인 테마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탐구한다. '사랑 없는 섹스'의 대가를 묻는 STBO 바이러스는 어쩌면 관계의 피상성을 경고하는 감독의 메시지였을지도 모른다. 스타일리시한 영상미와 강렬한 서사, 그리고 고전적 서정성까지 겸비한 <나쁜 피>는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세계로 빠져들기 위한 가장 매혹적인 입구이자, 영원히 타오를 듯한 청춘의 열정을 스크린으로 경험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수작이다.

Details

감독 (Director)

송현범

장르 (Genre)

드라마,멜로/로맨스

개봉일 (Release)

1994-12-10

배우 (Cast)
러닝타임

20분

연령등급

-

제작국가

프랑스

제작/배급

주요 스탭 (Staff)

송현범 (각본) 박상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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