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분의 일초 2023
Storyline
검 끝에 담긴 만분의 일초, 그 찰나의 심연을 파고들다
때로는 첫인상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을 때, 비로소 작품의 진정한 가치가 드러납니다. 김성환 감독의 영화 <만분의 일초>가 바로 그런 작품입니다. 2023년 개봉한 이 영화는 '검도'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워 여느 스포츠 영화처럼 뜨거운 열정과 감동을 기대하게 만들지만, 이내 예측을 뛰어넘는 심리 드라마와 스릴러의 깊은 세계로 관객을 이끌어갑니다. <만분의 일초>는 익숙한 장르의 틀을 깨고, 그 안에 복잡한 인간의 감정과 잊을 수 없는 과거의 상흔을 날카롭게 새겨 넣으며 관객의 심장을 파고듭니다.
이야기는 검도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 합류한 재우(주종혁 분)로부터 시작됩니다. 첫날부터 주변의 싸늘한 시선과 함께 탈락 후보로 치부되던 재우. 언뜻 스포츠 영화의 전형적인 서사를 따를 것 같았던 영화는 곧바로 재우와 범접할 수 없는 실력의 1등 선수 태수(문진승 분)의 숨 막히는 대결을 초반부터 펼쳐 보이며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립니다. 이 대결은 단순한 승부를 넘어선, 두 인물 사이의 깊고도 고통스러운 연결고리를 암시합니다. 바로 태수가 과거 재우의 형을 불의의 사고로 죽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재우의 검 끝에는 국가대표라는 목표를 넘어선 복잡한 감정들이 얽히게 됩니다. 영화는 재우가 왜 그토록 날이 서 있는지, 왜 이 자리에 와야만 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검도 경기라는 캔버스 위에서 두 남자의 격렬한 심리 싸움을 그려냅니다. 검도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분노, 그리고 미래를 향한 갈망이 뒤엉킨 그들의 내면을 드러내는 도구로 작용합니다.
<만분의 일초>는 스포츠 드라마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본질은 예리한 심리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김성환 감독은 첫 장편 연출작임에도 불구하고 섬세하고 치밀한 연출력으로 이러한 장르적 변주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습니다. 주종혁과 문진승 배우의 팽팽한 연기 앙상블은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선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극의 몰입도를 한층 높입니다. 특히 검도 경기의 박진감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짜릿한 촬영 기법은 관객들에게 스포츠 액션의 쾌감과 함께 심장을 조여오는 긴장감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이 영화는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작품상과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을, 제8회 런던아시아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며 국내외 평단으로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단순히 검도 기술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 검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삶을 통찰하고 과거의 매듭을 풀어내려는 인물들의 깊은 고민은 관객들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길 것입니다. 예측 불가능한 전개와 숨 막히는 심리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만분의 일초>가 선사하는 찰나의 순간 속에 담긴 인간 본연의 드라마에 분명 매료될 것입니다.
Details
러닝타임
100분
연령등급
12세관람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한국영화아카데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