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깨진 환상, 먹다버린 청춘의 씁쓸한 초상: 1985년작 '먹다버린 능금'

1980년대 한국 영화계는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사회적 변화와 더불어 다양한 장르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던 그때, 한 청춘의 처절한 비극을 그려낸 영화 한 편이 스크린에 걸렸습니다. 1985년 개봉작 박용준 감독의 <먹다버린 능금>은 당시 ‘연소자불가’ 등급을 받으며 충격적인 줄거리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멜로드라마입니다. 김영철, 이계인 등 당대의 개성 강한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며 어둡고도 강렬한 청춘의 단면을 생생하게 담아냈습니다.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선, 시대를 관통하는 아픔과 상실을 담아낸 이 작품은 오늘날 다시금 조명해볼 가치가 있는 한국 영화사의 한 페이지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종로 대학가를 방황하는 자유로운 영혼 '미지'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그녀는 우연히 만난 '협'이라는 인물에게 강렬한 매력을 느끼고 그를 쫓아다니죠. 미지의 단짝 친구 '민아'가 '짱'이라는 인물에게 임신을 당하고 금전적 요구까지 받게 되자, 미지는 친구를 위해 짱에게서 돈을 뜯어내 문제를 해결해주려 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짱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미지는 협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협은 그녀를 경찰서로 데려갑니다. 그곳에서 미지는 존경하던 저명인사인 엄마와 뜻밖의 조우를 하게 되고, 이후 엄마의 외도를 목격하면서 깊은 좌절감에 빠집니다. 믿었던 세상이 무너지는 경험 속에서 그녀는 위태롭게 흔들리고, 설상가상으로 짱과의 재회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지며 미지를 절망의 나락으로 몰아넣습니다. 모든 희망이 사라진 듯한 상황에서 미지는 결국 협이 있는 폐차장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영원히 눈을 감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사랑과 우정, 가족과 사회 속에서 버림받고 상처 입은 한 청춘의 먹다버린 능금처럼 씁쓸한 초상이 스크린 가득 펼쳐집니다.

이 영화는 1980년대 도시의 그늘진 풍경과 젊은이들이 겪는 혼란, 그리고 사회의 부조리를 거친 시선으로 담아냅니다. 감독은 미지의 비극적인 여정을 통해 순수했던 청춘이 어떻게 좌절되고 파괴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당시 사회가 껴안고 있던 어두운 단면들을 은유적으로 드러냅니다.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 또한 영화의 비극적인 정서를 극대화합니다. 특히, 주인공 미지가 겪는 배신과 상실감, 그리고 끝내 찾아오는 절망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며, 105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한 인간의 영혼이 파괴되는 과정을 묵묵히 따라가게 만듭니다. 물론, 오늘날의 시선으로 볼 때 다소 자극적이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장면들이 포함될 수 있지만, 이는 1980년대 한국 사회와 영화의 표현 방식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먹다버린 능금>은 단순히 한 여성의 비극적인 삶을 넘어, 시대의 아픔과 인간 본연의 고뇌를 되짚어보게 하는 강렬한 드라마로 기억될 것입니다. 80년대 한국 멜로드라마의 정수이자 당시 젊은 세대의 불안한 심리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을 찾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가 주는 씁쓸하고도 깊은 감동에 빠져들 것입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우리가 잊고 있던 청춘의 한 단면을 마주해보는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드라마,멜로/로맨스

개봉일 (Release)

1985-03-09

배우 (Cast)
러닝타임

105분

연령등급

연소자불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남아진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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