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자 1989
Storyline
"금기에 도전한 한 여성의 초상: 1989년, '오늘 여자'가 던진 파격적인 질문"
1980년대 후반 한국 영화계는 격동의 시기를 지나며 다양한 실험과 주제 의식으로 관객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중에서도 박철수 감독은 여성의 시선과 내면을 깊이 탐구하는 '여성 영화'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했죠. 1989년 개봉작 <오늘 여자>는 그가 선보인 작품 중에서도 특히, 당시 사회의 보수적인 윤리관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던 문제작입니다. 단순히 멜로/로맨스라는 장르적 틀에 가두기엔 담고 있는 메시지가 훨씬 강력하고 도발적입니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을 정도로, 기혼 여성의 자아와 욕망, 그리고 파괴적인 사랑을 솔직하게 그려내며 시대를 앞서간 여성 서사를 선보였습니다.
영화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한 여인의 내면에서 시작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훌륭한 집안의 남편과 결혼하여 다섯 살짜리 아들을 둔 그녀는, 모두가 선망하는 '착한 아내'이자 '현모양처'의 전형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녀는 스스로가 쌓아온 윤리의식이라는 견고한 벽 안에서 안온한 행복을 누리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남편의 장기간 해외 출장은 그 견고한 세계에 균열을 내기 시작합니다. 문득 찾아온 공허함, 그리고 그 빈틈을 비집고 들어온 낯선 남자. 그는 그녀의 메마른 감성에 걷잡을 수 없는 격정을 불러일으키고, 여인은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혼란 속으로 빠져듭니다.
이전까지 지켜왔던 도덕적 관념과 사회적 규범은 무너지고, 그 파괴의 잔해 속에서 새로운 자의식이 꿈틀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이 격렬한 감정과 변화에 정직하게 맞서며 진정한 '나'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합니다. 자신을 옥죄던 틀을 깨고 비로소 자유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듯한 그녀의 모습은, 당시 많은 여성 관객들에게는 억압된 욕망의 대리 표출이자 동시에 일탈에 대한 아슬아슬한 공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용감한 여정은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남편의 귀국과 함께 찾아온 현실과의 충돌은 그녀를 또 다른 갈등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습니다. 과연 그녀는 익숙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이제 막 눈뜨기 시작한 자유로운 사랑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 그녀의 고백에 남편은 이성을 잃어가고, 이때 찾아온 낯선 남자의 등장은 예측할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 그녀의 삶에 방점을 찍습니다.
<오늘 여자>는 1980년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겪어야 했던 내면의 갈등과 자아 발견의 과정을 치열하게 탐색합니다. 유혜리 배우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여성상을 과감하게 연기하며 평범한 주부에서 욕망에 눈뜨는 여인의 복잡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해냈습니다. 비록 맥스무비의 평론처럼 "현실도피와 일상탈출을 구별할 줄 모르는 감독의 편협한 세계관"이라는 비판도 존재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당시 사회가 기혼 여성의 욕망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박철수 감독이 일생에 걸쳐 천착했던 '여성'이라는 주제에 대한 그의 시각과 1980년대 후반 한국 영화의 한 단면을 이해하는 데 있어 <오늘 여자>는 분명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가부장적인 사회 속에서 스스로의 욕망과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여인의 이야기는, 시대를 초월하여 여전히 유효한 질문들을 던집니다. 과거의 영화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오늘 여자>를 통해 금기에 도전하고 새로운 자아를 찾아 나선 한 여인의 드라마틱한 여정을 만나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멜로/로맨스
개봉일 (Release)
1989-03-04
배우 (Cast)
러닝타임
114분
연령등급
연소자불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주)황기성 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