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산산이 부서진 이름으로 피어난 갈망, 그리고 깨달음의 흔적"

1991년, 한국 영화계에 인간 본연의 욕망과 구도의 길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 정지영 감독의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가 개봉하며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시인 고은의 소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승려들의 금지된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통해, 속세와 불가의 경계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최진영, 김금용 두 신인 배우는 이 영화로 1991년 제12회 청룡영화상과 제2회 춘사영화상에서 나란히 신인남우상과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그들의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시켰습니다. 고요한 산사의 배경 위로 펼쳐지는 격정적인 감정선은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미학적 경험과 철학적 사유를 동시에 선사합니다.


영화는 젊은 사미승 침해(최진영 분)가 우연히 마주친 비구니 묘혼(김금용 분)에게 마음을 빼앗기면서 시작됩니다. 수행자의 길을 걷는 두 남녀에게 찾아온 걷잡을 수 없는 그리움은 인간으로서의 본능과 부처의 가르침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게 만듭니다. 묘혼은 치솟는 감정을 억누르려 손가락을 자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침해 또한 노승 법연(전무송 분)의 따끔한 질책 속에서도 번뇌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침해의 진심을 들여다본 법연은 점차 쇠잔해가는 자신의 삶 속에서 알 수 없는 흔들림을 느끼고, 급기야 산사의 대중에게 마지막 설법을 한 후 묘혼에게 파격적인 마지막 소원을 청합니다. 침해를 경악하게 만든 법연의 이 파계적인 행위는 단순한 일탈이 아닌, '깨달음'을 향한 또 다른 방식의 도발이자 깊은 가르침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본 침해는 마침내 속세로 발길을 돌려, 멀리 펼쳐진 세상의 모습을 응시하며 새로운 구도의 시작을 예고합니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는 단순히 금지된 사랑 이야기를 넘어섭니다. 정지영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과연 깨달음이 제한된 산사에서만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세속의 번뇌와 욕망 속에서도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유영길 촬영감독이 담아낸 한국의 아름다운 설경과 호롱불이 자아내는 선방의 고즈넉한 풍경은 영화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더하며, 등장인물들의 내면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배경이 됩니다. 인간의 본질적인 번뇌와 해탈의 의미를 탐구하는 깊이 있는 드라마를 선호하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가 선사하는 잊히지 않는 여운과 묵직한 메시지에 분명 매료될 것입니다. 불교적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지만 보편적인 인간의 고뇌를 다루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는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는 수작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드라마,멜로/로맨스

개봉일 (Release)

1991-05-25

배우 (Cast)
러닝타임

108분

연령등급

중학생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주)성일씨네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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