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사랑, 기억, 그리고 하나의 계절: 이명세 감독의 '첫사랑'을 다시 만나다"

1993년, 한국 영화계에 한 편의 특별한 멜로 드라마가 조용히 개봉했습니다. 이명세 감독의 영화 '첫사랑'은 당시 대중적 흥행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재평가받으며 수많은 이들에게 잊지 못할 '첫사랑의 기억'을 선사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김혜수 배우가 스무 살의 풋풋한 미대 신입생 '영신' 역을 맡아 제14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최연소 기록을 세웠고, 이는 그녀의 연기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고 회고할 만큼 깊은 의미를 지닌 영화입니다. 이명세 감독 특유의 탐미적이고 서정적인 영상 언어가 빛을 발하는 이 작품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첫사랑의 보편적인 감정과 기억을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그려내 관객의 마음속 깊이 파고듭니다.


영화는 지방 대학 미대 1학년생 영신(김혜수)의 설렘 가득한 스무 살을 따라갑니다. 대학생이 되면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길 것 같았던 그녀의 일상은, 과외 선생님의 눈치를 보지 않고 극장이나 다방을 드나드는 정도의 소박한 변화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신이 속한 연극반의 연출자로 초빙된 창욱(송영창)이 등장합니다. 영신의 눈에 비친 창욱은 담배를 피워대는 골초에 술꾼, 지저분한 모습이 전부지만, 묘하게도 영신은 그에게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느낍니다.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되듯, 그녀는 창욱을 사랑하게 됩니다. 창욱의 사소한 몸짓과 말들은 영신에게는 노래가 되고 시가 됩니다. 그러나 첫 키스의 순간과 몇 번의 데이트만을 남긴 채, 창욱은 홀연히 그녀의 곁을 떠나버리고, 영신의 첫사랑은 아련한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됩니다.


'첫사랑'은 이명세 감독이 서사보다는 시각적인 이미지와 감정의 변화에 집중한 '스타일리스트'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담배 연기가 바람에 실려 나가는 장면을 위해 60번 이상의 테이크를 촬영하고, 햇살에 반짝이는 지붕을 표현하고자 기와를 식용유로 칠하는 등, 감독의 치열한 장인정신은 영화 곳곳에서 섬세한 미학적 깊이를 더합니다. 릴케의 시 구절로 시작하는 영화는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혹은 한 편의 서정시처럼 첫사랑의 짜릿함과 슬픔, 유치하고도 열정적인 순간들을 관객의 기억 저편에서 길어 올립니다. '첫사랑'은 단순한 멜로 영화를 넘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보편적인 감정을 이명세 감독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재해석하여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첫사랑의 아련한 잔상과 아름다운 영상미를 통해 깊은 여운을 느끼고 싶다면, 1993년의 '첫사랑'을 다시 한번 만나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이명세

장르 (Genre)

드라마,멜로/로맨스

개봉일 (Release)

1993-01-22

러닝타임

108분

연령등급

중학생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주)삼호필림

주요 스탭 (Staff)

이명세 (각본) 양선희 (각본) 박효성 (제작자) 강휘영 (제작자) 채윤희 (기획) 김순호 (기획) 유영길 (촬영) 김동호 (조명) 김현 (편집) 송병준 (음악) 조융삼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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