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욕망의 미로, 그 끝에서 만나는 기묘한 꿈: 영화 <맨>

1995년, 한국 영화계에 독특하고 파격적인 시선으로 삶의 이면을 탐색한 작품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여균동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맨>입니다.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 블랙코미디와 컬트적인 요소를 품고 있는 이 작품은, 금기시되던 '포르노'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환상, 그리고 현실의 간극을 비틀린 유머와 함께 그려냅니다. 감독 본인이 직접 주연까지 맡아 더욱 강렬한 개성을 불어넣은 <맨>은 90년대 한국 독립영화의 대담한 시도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여정을 선사합니다.


영화는 포르노 속 금발 미녀 '메리'와의 결혼을 꿈꾸며 포르노에 탐닉하는 성충도(유오성 분)의 기묘한 여정에서 시작됩니다. 그는 메리의 흔적을 쫓아 포르노책과 비디오를 섭렵하고, 같은 취향을 가진 배씨에게서 해박한 '경험담'을 듣습니다. 한편, 도색잡지를 팔다 퇴학당하고 거리로 나선 성성이(여균동 분)는 차력사의 조수가 되지만, 불의의 사고로 뇌를 다쳐 자신만의 환상 세계에 갇히게 됩니다. 포르노 세계의 왕이 되어 여성 위에 군림하다 반란으로 왕위를 잃고, 다시 왕위를 되찾아줄 여인의 뜨거운 입맞춤을 기다리는 그의 모습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듭니다. 이와는 별개로 아리조나 사막에서 남자에게 버림받은 미아(조민수 분)는 열정적인 댄서의 꿈을 꾸지만 결국 포르노 배우가 되고 맙니다. 포르노 배우로 살아가던 중 만난 '메리'와의 서글픈 인연, 그리고 메리가 떠난 후 찾아온 성충도. 미아의 목걸이에 걸린 동전을 통해 메리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 기구한 운명을 추적하는 성충도의 모습은, 이들 모두의 엉킨 욕망과 현실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보여주며 예측 불가능한 서사로 관객을 끌어들입니다.


여균동 감독은 <맨>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 속에서 개인이 겪는 비루한 욕망과 현실의 모순을 날카롭게 풍자하고자 했습니다. 영화는 포르노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소외와 환상을 다층적으로 조명합니다. 기괴하고 코믹하면서도 어딘가 서글픈 캐릭터들의 향연은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인상을 남기며, 오늘날까지도 회자되는 컬트 영화로서의 가치를 지닙니다.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감독의 독창적인 연출이 만나 기이하면서도 중독성 강한 분위기를 만들어낸 <맨>은 현실과 꿈, 그리고 금지된 욕망의 경계를 넘나드는 대담한 스토리텔링으로 다시금 재조명될 가치가 충분합니다. 1995년의 한국 사회가 담아냈던 욕망의 단면을 색다른 시선으로 만나보고 싶다면, 이 기묘하고 매력적인 영화 <맨>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코미디

개봉일 (Release)

1995-12-02

배우 (Cast)
러닝타임

86분

연령등급

연소자불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익영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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