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욕망과 상처가 교차하는 밀실, 모텔 선인장

1997년, 한국 영화계에 한 편의 파격적인 데뷔작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박기용 감독의 영화 '모텔 선인장'입니다. 이미연, 진희경, 정우성, 박신양 등 당대 최고의 청춘스타들이 총출동한 이 작품은 단순한 멜로/로맨스를 넘어, 인간 내면의 복잡한 욕망과 상처를 탐미적인 시선으로 그려내며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특히 이 영화는 훗날 세계적인 거장이 될 봉준호 감독이 각본에 참여하고, 왕가위 감독의 페르소나로 알려진 세계적인 촬영 감독 크리스토퍼 도일이 카메라를 잡으며 개봉 당시부터 평단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제27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특별언급 등 권위 있는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비 오는 날의 끈적한 모텔이라는 밀폐된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세 가지 사랑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어냅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애인의 지나친 집착에 부담을 느끼는 민구(정우성 분)와 그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현주(진희경 분)의 격렬하지만 위태로운 관계를 조명합니다. 이어지는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풋풋한 영화과 학생인 성준기(한용수 분)와 윤서경(김승현 분)이 실습 작품 촬영을 위해 모텔을 찾았다가 친구를 기다리며 겪는 설렘과 어색함, 그리고 서툰 첫 경험을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각자의 아픈 상처를 지닌 채 우연히 만나 하룻밤을 보내는 현주와 석태(박신양 분)의 건조한 만남, 그리고 과거 연인이었던 석태와 희수(이미연 분)가 선배의 장례식 후 모텔에서 재회하며 과거의 아픈 기억을 치유하려 애쓰는 모습을 담아냅니다. 이들은 사랑과 이별, 집착과 외면, 고독과 위로가 교차하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진정한 관계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려 보입니다.


'모텔 선인장'은 '여관'이라는 다소 불경하고 은밀한 공간을 배경으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성, 그리고 소통의 단절감을 대담하게 탐구합니다. 크리스토퍼 도일 촬영감독 특유의 감각적이고 탐미적인 영상미는 인물들의 내면을 시적으로 표현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선사합니다. 개봉 당시에는 '영화는 없고 형식만 있다', '남은 것은 카메라와 섹스뿐'이라는 혹평과 함께 '고독과 절망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인간을 독창적 비전으로 표현했다'는 극찬이 엇갈렸지만, 27년이 지난 지금, 이 영화는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여러 거장들의 젊은 시절 재능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작품으로 재평가받을 가치가 충분합니다. 인간 관계의 본질과 사랑의 다면성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원하는 관객이라면, '모텔 선인장'이 선사하는 쓸쓸하면서도 매혹적인 여정 속으로 빠져들어 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멜로/로맨스

개봉일 (Release)

1997-10-25

배우 (Cast)
러닝타임

90분

연령등급

연소자불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우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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